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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정치인 치고 LA에 후원회 한 두 개 없는 사람은 없다. 해마다 선거 철은 물론이고 때도 없이 찾아 와 지지자들과 식사를 하고 골프를 치다 돌아가는 것이 관례화 돼 있다. 미주 한인 수가 늘어나면서 미국에 친척 없는 한국인이 없어 잘 사귀어 두면 표를 얻는데도 도움이 되는 데다 돈도 주고 대접도 받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곳 한인들은 한인들대로 유명 인사와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고 한국에 가서도 찾아갈 곳이 생기니 나쁘지 않다. 한마디로 양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남가주에 있는 수많은 정치인 후원회 중 지금 가장 뜨고 있는 것은 이회창 후원회다. 다른 정치인 후원회가 아직 잠잠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활발할 뿐 아니라 하나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식으로 마구 생겨나고 있다. 이회창 당선은 ‘따 놓은 당상’으로 생각하는 한인이 많은 것 같다.
여러 단체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곳은 남가주 이회창 후원회다. 97년 대선 때 조직된 이 단체는 그 후 5년 간 이 총재와 꾸준히 교분을 쌓아왔으며 회원 수도 제일 많다. 공교롭게 이 후원회 부회장 두 사람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급서, "후원회에 무슨 액운이 낀 게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하려는 사람이 줄 서 있다는 게 이 단체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회창 총재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작년 말 급조된 미주 한인 포럼이란 단체도 있다. 한인타운의 올드 타이머와 전직 한국 국회의원이 주동이 돼 만든 이 단체는 수 십 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는 97년 대선 때 "이회창은 절대 안 되고 DJ만이 살 길"이라고 부르짖던 전직 언론인도 있어 눈길을 끈다.
오렌지카운티는 오렌지카운티대로 새 태평양 재단이란 이름으로 이회창 지지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이미 3개의 후원회가 생긴 셈이다. 지금도 많은데 앞으로 이런 단체가 한 두 개정도 더 나올 거라니 남가주에 이회창 후원회 홍수가 날 판이다.
참정권이 보장된 민주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지지할 권리가 있다. 미주 한인의 권익을 보장해 줄 한국 정치인을 골라 후원하는 것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인 후원회는 전체 한인은 뒷전이고 개개인의 줄대기나 나아가서는 한국에서 한 자리 하는 것을 노린 이권 거래의 인상이 짙었다.
그것도 모자라 같은 인물을 지지하는 후원회를 서너 개씩이나 만들어 서로 으르렁거리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은 너무 보기 흉하다. 올해 대선을 계기로 미주 한인들의 정치 후원 관행에도 새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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