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센트럴 ‘타임스 마켓’의 이규창(66)씨는 요즘 한창 인수인계 작업 중이다. 25년 간 한자리에서 일궈온 생업 터전을 최근 가디나 ‘한마음 마켓’의 홍경환 씨에게 팔았기 때문이다.
78년 마흔도 넘어 맨주먹으로 도미한 이씨는 카터 행정부 시절 24% 고리로 SBA론 4만 달러를 빌려 이민 생활의 나이테를 그리기 시작했고, 비로소 한 매듭을 지었다.
은퇴를 앞두고 섭섭할 법도 하건만 이씨는 인수자가 멕시칸 마켓의 생리를 잘 알고 번창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부모의 생업이지만 미국서 자란 아들 셋은 1년 365일 새벽 별 보는 ‘노가다 일’을 마다한다고, 그러니 이 바닥에서 잔뼈 굵은 한인이 맡아 키워 가면 좋지 않겠냐면서.
8,000여 스퀘어피트 규모의 멕시칸 마켓. "지구가 종말을 고하는 날까지 인간은 먹고 마셔야 산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한 이씨는 창업 3년 만에 융자금을 모두 갚고 마켓 건물도 샀다. 기반이 잡힌 뒤 91년 고대 동문회 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LA카운티 식품상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4반세기 동안 한자리를, 한 우물만 파면서 지킬 수 있었던 건 운이 따른 덕분이라고 그는 회고한다. 마켓이 4·29 폭동 진원지인 놀만디와 플로렌스 길에서 불과 몇 블록 거리에 있지만 당시 유리창 한 장 깨지지 않고 무사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10년을 놓지 못했던 이 마켓을 차기 한인 마켓업자에게 넘겨준 이씨는 인수인계를 마치면 이제 좀 쉴 생각이다. 폭동도 비껴간 사우스센트럴의 ‘타임스 마켓’은 한인들의 이민 역사처럼 조용히 세대교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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