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정치가 실종됐다’-. 한국 신문을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누군가가 ‘한국 신문이란 무엇이냐’라는 문제라도 낸다면 그 대답은 이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즉 ‘정치의, 정치에 의한, 정치를 위한 신문이다’고.
1면은 당연히 정치 기사가 톱이다. 2면도 정치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사설이다, 칼럼도 정치를 빼고는 도무지 이야기가 안된다. 종합면이라는 것도 말이 종합이지 정치종합이다. 하여간 정치에, 또 무슨 게이트니 어쩌니 하는 비리폭로 가득찬 게 한국신문이었다.
그 정치가 돌연 사라졌다. 오직 보이느니 월드컵이다. 1면도 월드컵, 종합면도 월드컵, 사회면도 월드컵 기사다. 스포츠면은 말할 나위도 없다.
월드컵 면이 따로 없다. 오직 ‘월드컵을 위한 신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한국 방송 3사도 월드컵 보도에 사운을 걸다시피 한 모양이다. 한 방송인이 전하는 표현은 이렇다. “이건 열기가 아니다. 광기다. 월드컵 보도는 경쟁이 아닌 전쟁이다. 무슨 프로든 월드컵 이야기가 빠지면 간첩이 되는 분위기다.”
이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축구는 인민에게 아편이다’-. 사회주의자들이 내린 고전적 정의다. 대중으로 하여금 스포츠 내셔널리즘 광기에 휩싸이게 해 정치적 판단을 마비키는 게 축구라는 표현이다. 축구에 대한 일면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
한국의 월드컵 열기를 이런 시각으로 보는 건 시대착오 같다. 전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월드컵이다. 그 월드컵이 한국서 열린다는 자만감에, 또 한국 대표팀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에 흥분한 결과로 보아 무방할 게다.
그러나 대중매체라는 창을 통해서만 볼 때 한국 사회는 혹시 집단 조울증세라도 걸린 게 아니가 하는 착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대중 매체는 사회의 거울이다. 대중의 정서와 동떨어진 대중매체란 있을 수 없다. 대중매체는 부지불식간에 사회적 저변에 흐르는 기류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정치, 오직 정치에만 매달린 언론이다. 그 언론에서 정치를 보기 힘들다. ‘오직 월드컵, 월드컵 뉴스 뿐이다. 방송인 말대로 월드컵 열기가 아닌 광기가 번뜩이는 인상이다.
너무나 심한 감정의 기복이다. 그래서 조울증세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정치 실종기인 월드컵 기간에 지방자치제 선거를 치루도록 정치 일정을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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