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테러로 죽은줄 알았던 남편의 교통위반 티켓 받고 실낱 희망
신원절도범 소행 억장 무너져
WTC 희생자들 신분도용 기승
뉴저지에 거주하는 섀런 부커(38)는 지난 5월, 9·11테러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 션(35·사진)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남편이 교통위반 티켓을 받았다는 통지서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켓 위반자는 션이 아니라 그의 이름을 훔친 신원절도범인 것으로 드러났고, 부커의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져 버렸다.
9·11테러 피해자들의 신원이 절도된 사례는 부커가 처음이지만 수사 관계자들은 부커처럼 생명을 빼앗긴 후에 이름까지 도둑맞은 다른 피해자들이 틀림없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테러 직후 실종자들을 찾으려는 가족들이 제공한 상세한 개인정보가 웹사이트와 언론을 통해 널리 유포됐고, 세계무역센터(WTC)에 입후했던 수천개의 금융업무관련 사무실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비밀 개인정보를 담은 수천장의 서류가 길거리에 휴지조각처럼 굴러 다녔기 때문에 희생자들의 신원사항을 챙기는 것쯤이야 어려울 것이 없었다.
관계자들의 말대로 9·11테러가 신분절도범들에게 더 바랄 것이 없는 보물상자를 제공한 셈이다.
소비자 단체인 신분절도연구센터(ITRC)는 당시 이같은 상황을 예견하고 금융기관에 9·11테러 관련 신분절도에 대해 경고했으나 이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연방무역위원회(FTC)에 따르면, 지난해 신분절도에 관련된 소비자 신고가 8만6,168건이 접수됐다. 전년의 3만1,113건에 비교하면 신분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셰런 부커의 경우, 9·11테러 이후 8개월이 지난 5월에 변호사들로부터 남편의 교통위반 문제를 도와주겠다는 편지를 받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서류상 실수로 간주해 무시하다가 혹시 정말 션이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조사한 결과 가이아나 출신 이민자인 레슬리 패트릭 컴버배치가 우선통행권을 위반해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90달러짜리 티켓을 받았는데 운전면허증 사진은 자기 얼굴이지만 성명, 주소, 생년월일, 운전면허번호 등은 션의 개인정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10월24일 뉴욕에서 체포된 컴버배치는 마리화나 소지혐의로 1998년 추방된 바 있어 불법입국 혐의로 기소됐다.
섀런은 신분절도범의 잔인한 장난이 밝혀진 후에도 션이 살아있다는 희망이 생긴 이상 이를 저버리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테러가 발생하지 1년 후인 지난 9월 션의 유해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션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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