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주를 기점으로 송년 모임 시즌이 되었다. 동창회, 동업자 협회, 향우회, 친목회 … 각종 송년모임들이 줄을 잇는데, 가무를 즐기는 한민족이 모인 곳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술과 노래. 음주운전을 피할 겸 2차는 으레 노래방으로 향하다 보니 노래방이 대목을 맞는다. 그래서 흥겨운 노래로 분위기를 잘 띄우는 사람은 ‘스타’가 되고 ‘음치’나 ‘박치’는 주눅이 드는 계절이기도 하다.
노래방에서 흥도 돋구고 점수도 잘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노래방에서 보면 평소 가수 뺨치게 잘하는 사람의 점수는 낮게 나오고 음치 겨우 면한 사람이 오히려 점수를 잘 받는 경우들이 있다. 가수들이 노래방에서 자기 노래를 부르면 100점을 맞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점수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원인은 노래방 기기의 작동 시스템에 있다. 노래방 기기의 칩에는 가사의 글자 하나하나가 얼마동안 지속될 지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고 거기에 맞춰 화면의 글자 색깔이 변한다. 그런데 점수도 그 정보에 근거해 매겨지다 보니 박자가 점수를 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점수 잘 받는 비결은 화면의 가사와 정확히 보조를 맞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 가수들이 감정을 살리느라 박자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다 보면 점수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노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물론 음정, 목소리까지 모두 봐야 하지만 오디션 하듯 까다롭게 하면 보통 사람들은 80점 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노래방에서 점수를 짜게 매겨 손님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울러 “그 노래방에 가면 왠지 점수가 잘 나온다”고 느껴진다면 그 또한 이유가 있다. “기계를 작동하면서 점수를 좀 더 후하게 나오게 할수도 있고 박하게 나오게 할수도 있다”고 LA 한인타운의 한 노래방 종업원은 귀띔한다.
박자 지키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선곡이다. 남들 잘 모르는 팝송이나 고상한 가곡은 부르는 사람은 심취할 지 몰라도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술마신 뒤의 2차 자리에서는 빠르고 흥겨운 곡이 무난하다. 특히 노래 못하는 사람일수록 빠른 템포의 곡을 불러야 좀 틀려도 표시가 덜난다고 한다.
아울러 곡조가 너무 단순한 노래도 피하는 것이 요령. 웬만큼 잘 부르지 않으면 책을 읽는 것인지 노래를 하는 것인지 모르게 된다. 멜로디 변화가 많은 곡이 오히려 소화하기 쉽다.
한편 노래방에서 점수를 잘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너이다. 남들이 노래 부를 때 잘 들어주고 손뼉을 치며 흥을 돋궈 주는 것은 노래방 매너 제1조. 마이크 한번 잡으면 놓지 않는 사람, 남들 노래할 때 큰 소리로 잡담하는 사람은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환영받지 못한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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