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2만개의 비디오를 수집해 놓을 정도로 영화광인 그는 제임스 본드와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를 특히 좋아하며 엘리자벳 테일러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다. 저녁은 초 미니를 입은 기쁨조와 즐기고 외출할 때는 1998년 200대를 대량 구입한 대당 10만달러씩 하는 S클래스 벤츠를 골라 타고 나간다.
술은 파리에서 직수입한 보르도와 버건디를 즐겨 마신다. 한동안은 헤네시 VSOP 꼬냑을 주로 찾았으나 1992년부터는 병당 630달러 하는 헤네시 파라디로 바꿨다. 1994년 헤네시사는 2년 연속 김정일이 최대 고객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99년에는 피자에 취미를 붙여 밀라노의 주방장을 초청, 피자 만드는 법을 가르치게 했다. 앤초비는 너무 짜다고 넣지 말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해외 사정에도 밝다. 매일 인터넷으로 CNN 등 국제 뉴스를 살피며 자기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를 체크한다. 지난 번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왔을 때는 오스카상 후보로 누가 유력하고 마이클 조던 복귀가 미 농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스위스 은행에는 40억달러의 거금이 예치돼 있고 유럽에만 5개, 러시아와 중국에는 하나씩 별장이 있다. 어느 모로 보나 남부럽지 않은 삶이다.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반도에서 김정일을 즐겁게 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원쑤’ 이회창의 낙선도 낙선이지만 한국 시민들이 미군 병사를 칼로 찌르고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도 한민족인데 핵무기를 갖는 것이 뭐가 나쁜가요. 미국도 있는데. 북한이 같은 민족인 한국을 공격할 리 없잖아요. 미군 갈 테면 가라지요.” 워싱턴포스트가 전한 20대 한국 여성의 발언은 어떤 꼬냑의 향취보다, 기쁨조의 율동보다 그를 기쁘게 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스타 벅스와 피자헛을 전전하면서 미소 띤 김정일의 얼굴만 보고 자란 한국의 신세대가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이해가 간다. 문제는 이들의 잘못을 꾸짖어야할 기성세대의 침묵이다. 오히려 이런 젊은 세대의 환상적 사고방식을 ‘진보적’이라 추앙하며 “신세대를 본받자”고 아양을 떨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위험한 발상에 일침을 놓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건너온 탈북자들뿐이다.
교통사고로 죽은 2명의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해서는 수만명씩 촛불시위를 벌이지만 북한 내 200만 아사자와 20만 강제수용소 수감자의 신음소리에는 귀를 막는 것이 신세대 의식의 한계다. 작고 통통하다고 모두 팬다 곰은 아니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하루 속히 순진한 착각에서 깨어나기를 기원한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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