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YMCA, 입양아 가정 초청 설 잔치
▶ 전통음식 직접 만들고 민속놀이 즐겨
“어? 반달처럼 생겼네. 이게 뭐지. 쿠키인가?"
토미는 먹음직스럽게 생긴 음식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연신 젓가락질을 해댔지만 생각처럼 잘 집어지지 않았다. 어렵사리 음식을 집는데 성공한 토미는 한입에 털어넣고는 성취감에 입이 헤벌어졌다.
“이거 이름이 뭐예요?"
자원봉사자 조성란씨가“만두"라고 일러주자 토미는 가물거리는 기억의 한 자락이라도 붙잡으려는 듯 입으로 몇번이고 되뇌이다 이내 제기차기 장으로 달려갔다.
여섯 살 토미처럼 젓가락질도 한국말도 생소하기만 한 입양아40여명이 8일 오후 폴스처치의 워싱턴 성광교회(목사 임용우)에 모였다. 한국 땅을 떠난 지 채 1년도 안됐을 젖먹이에서 색동옷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 베로니카처럼 어엿한 중학생 입양아들이 양부모의 손에 이끌려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은 코리안 Y(YMCA)가 마련한 한인 입양아 가정을 위한 설날 잔치. 지난해 문을 닫은 코리안 Y가 십년 가까이 해온 민속잔치 한마당이다.
최평란 전 이사장은“워싱턴에만 250여 한인 입양아 가정이 있습니다. 이들에 한국을 알리는 작은 일이라도 하고자 다시 Y식구들이 모였습니다."
코리안 Y 이사들과 회원 20명이 자원봉사역을 자청했고 2세 여고생들도 한복을 차려입고 손님들을 맞았다. 이현주 주미대사관 총영사, 김영근 워싱턴한인연합회장 부부는 행사장을 찾아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1부는 공연. 먼저 맥스 베렛씨등‘순수’ 미국인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장고단이 장고춤을 선보였다. 리듬도 손놀림도 순탄치는 않았지만 청중의 수준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낯선 동방의 악기 연주를 지켜보다 박수를 쳐댔다. 학생들의 한국 전통 춤과 피스 미셔너리 댄스그룹(Peace Missionary Dance Group 단장 박정숙)의 북과 춤, 박 단장의 춤이 이어졌다.
설 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민속놀이. 교회 아래층 방마다 팽이와 딱지치기, 제기차기, 공기와 윷놀이, 종이접기등 한국에서도 점차 사라져가는 민속놀이판이 마련됐다. 한쪽 방에서는 한복을 입고 세배를 드리는 정겨운 모습도 연출됐다.
입양아들은 신기함에 눈망울을 굴리며 푸른 눈의 대디와 마미의 손을 잡아 방으로 이끌었다.
서예 교실에서 다섯살짜리 애니는 대붓을 잡았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서툰 솜씨로 먹물을 찍어가며‘세종대왕, 대한민국’을 써내려갔지만 힘이 드는지 대한민국은 결국 미완성 작품으로 남았다.
설 음식도 차려졌다. 빈대떡, 송편, 김밥, 만두, 떡, 감주 같은 한국 전통음식이 아이들의 구미를 당겼다. 만두를 직접 빚는 코너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제각기 예쁜 솜씨를 뽐냈다.
행사의 피날레는 박우수 도장의 태권도 시범. 품세에 이어 시범단원들이 발차기로 송판을 날리고 주먹으로 벽돌을 격파하자 정적은 일순간 탄성으로 바뀌었다.
교회문을 나서며 양부모인 밥(Bob)씨는“처음엔 행사 참석을 망설였으나 아이가 너무 좋아해 오길 잘했다"며“한국이란 나라를 알게되는 좋은 기회도 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나온 전종준 변호사는“아이들을 통해 미국인 양부모들이 한국편이 돼간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모처럼 자신과 피부색이 같은 또래들을 만난 아이들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풀리지 않을 물음표를 안고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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