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가 한인 학생의 UC계 대학 합격현황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도됐다. UC버클리, LA, 어바인, 샌디에고 등 4개 대학에 합격한 한인 학생은 3,102명으로 집계된다는 보도다. 전반적으로 입학 경쟁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UC계 대학의 경우 한인 학생 합격자 수는 최근 들어 감소 추세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 중 한인이 차지하는 비율을 감안할 때 이같이 많은 학생들이 UC계 주요 대학에 합격했다는 사실은 흐뭇한 일이다. 이 학생들이 앞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각 부문에 진출할 때 한인 사회의 위상은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학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이는 또 축하할 일이다. 어려운 이민생활 가운데 자녀 교육에 노심초사했던 부모님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UC계 주요 대학 합격현황을 알리는 ‘3,102’라는 이 수치 뒤에는 그러나 안도의 기쁨만 있는 게 아니다. 소리 없는 탄식, 좌절, 때로는 엄청난 고통이 그 뒤에 묻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입학이 허용된 학생보다 거부된 학생이 더 많다. 또 성적이 안돼 원서조차 못 낸 학생도 한둘이 아니어서 하는 말이다.
차제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UC계 대학에 입학했다고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렵게 공부해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해방감에서 자칫 빗나가기 쉽다. 많은 한인 학생들은 부모들의 등쌀에 고교에서는 좋은 성적을 올려 명문대학에 들어간다. 그러나 자율학습 능력이 떨어져 중도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 이 점에 학부모들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UC계 대학에 못 들어갔다고 인생의 낙오자 되는 건 아니다. 이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최종 학력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회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시작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또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가 미국이다. 인생의 경험을 축적해 나가면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의지만 있으면 언제나 기회가 주어지는 게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결코 좌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UC계열 대학뿐이 아니다. 더 많은 명문대학에, 더 많은 한인 학생들이 들어가야 한다. 한인 영재들이 날개를 활짝 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UC만이, 명문대학만이 강조되어서도 안 된다. 지나친 일류의식은 사회적 병리로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상처와 부담만 주어서다. UC가 아닌 대학에 입학하는 수많은 건강한 청소년들에게 한인 사회는 보다 관심을 가지고 격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학교 성적만이 인생의 모든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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