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전파자’ 한국내 의혹의 눈초리
현지 거주 한인들 ‘고립무원’ 신세
중국 내 한국인들이 고립무원에 빠졌다.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중국이 전세계로부터 고립되고 사실상 전시 상황으로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거주 한국인들 또한 오갈 데가 없이 공중에 떠버렸다.
24일 중국에 대한 비자 발급을 11개국이 금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스 진원지로 알려진 광둥성을 비롯해 베이징과 상하이까지 여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 중국 전역을 사스 확산지로 삼는 분위기다. 23일 현재 중국 내 사스 사망자는 106명이며 감염자 수는 2305명에 이른다.
그렇지만 유학생을 비롯한 한국인들은 ‘사스 전파자’란 따가운 시선 때문에 귀국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는 고광표 씨(37ㆍ베이징 중문의대)는 본지와 한 전화통화에서 “중문의대 재학생 가운데 한 명(중국인)이 사망했고, 부속병원에도 사스 환자들이 다수 입원해 있다. 이미 학교는 휴교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고 씨는 “최근 들어 당국이 적극적으로 밝힌 사스 환자 발생 건 수 등을 매스컴이 보도하며 베이징 시내는 공황 상태다. 쌀 등 생필품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으며 채소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고 씨는 “한국인 유학생 대부분이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예방책이 없고, 귀국을 한다고 해서 사스에 안 걸린다는 법도 없는 것 아니냐“고 잔류 의사를 밝혔다. 특히 “귀국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반기겠느냐”고 되물었다. 귀국을 염두에 두고 있는 유학생들도 부당한 시선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귀국을 계획하고 있다는 한 유학생은 “중국 유학생들의 귀국 러시에 대해 한국 내에서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스 전파자’로 의혹의 눈초리를 받게 될 게 뻔한 것 아니냐”며 속상해 했다 일부 귀국 유학생들은 괜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출국 전 해열제를 다량으로 먹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 중문의대 석사 과정인 김요왕 씨(37)는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상하이는 평온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늘(24일) WHO의 ‘상하이 여행 금지 지역’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했다. 김 씨는 “모두들 사람들이 모이는 밀폐된 공간에는 가지 않고 위생 관리에 극도로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한편 24일 경기 평택과 중국 다롄 톈진 칭다오를 잇는 유람선을 운항 중인 혜성협운은 24일 유람선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사스의 영향으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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