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종교전문기자. 목회학 박사>
얼마 전 뉴욕 동포 한 부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끝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 부부 중 남편은 자신이 미국에 들어와 살면서 정말로 친한 친구 한 사람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있음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떤 사이냐고 질문했다. 그는 친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이 무척 어려울 때 친구는 이자 없이 5만 달러를 빌려주었다 한다. 그것도 나중에 돈을 벌어 갚을 때가 되면 갚아도 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 돈으로 자신은 어려움을 극복했고 나중에 다 갚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 친구와는 아주 절친하게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 부부와 헤어지고 난 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나. 나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정말 그 부부가 부럽기도 했다. 그러면서 생각되는 것이 "나는 왜 그런 친구가 한 명도 없나" 하는 것이었다. 내 자신이 너무 사람들과 담을 쌓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오래 전 한국에서 신학교 다닐 때다. 한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 가장 행복한 사람은 ‘세 사람이 있는’ 사람인데 그 중에 하나는 ‘친구’라고. 그 교수는 자신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찾아가 모두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 그런 후 친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또 다른 행복자 중 한 사람은 좋은 스승이 있는 사람이며 또 다른 행복자는 자기가 전공한 것으로 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좋은 스승이 있다 함은 좋은 충고자와 조언자가 있다 함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놓고 결정 못할 때 "이것이다"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경험이 많은 스승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전공한 것으로 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신학을 전공했으면 신학자나 목사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기자로 살아가는 사람도 그렇다. 법학을 전공해 검사나 변호사로 살아가는 사람. 의학을 전공해 의사로 사는 사람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살아가는 사람이다. 사실, 자신이 전공한 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례는 많다.
나에게도 친한 친구 한 명은 있다. 그는 한국에서 신학교를 졸업한 후 목사가 되었다. 지금은 전라도 지역에서 목회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전공으로 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니 행복자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시골 목회자라 사례비도 적다. 몇 년 전 한국 방문 때 그가 목회하는 곳에 가보았는데 그래도 그는 감사하며 목회에 임하고 있었다.
만일, 내가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으니 그 친구에게 5만 달러를 빌려달라고 한다면 그 친구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대답은 간단할 것 같다. "안된다"도 아니고 "돈이 없다"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 목사가 무슨 여유 돈이 있어 5만 달러를 빌려주겠나. 이자를 고리로 쳐준대도 그 친구에게서는 돈은 못 빌릴 것 같다.
친구라 하면 다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다. 예수가 말한 것처럼 "친구를 위하여 목숨까지도 버릴" 그런 친구는 아니더라도 좋다. 어려움이 있을 때 그 어려움에 함께 해주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런 친구가 없어도 괜찮게 살려면 어려움을 호소할 만한 환경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렇듯 좋은 환경을 만들어 살아가는 게 정말 어려운 것이다. 아무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친구가 어려울 때 척척 돈을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만 간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게다. 나와 이야기했던 그 동포는 "자신이 어려울 때, 그 친구는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돈을 주었다"고 했다. 이런 친구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돈이 다는 아니다. 하지만 돈은 사람을 알게 한다. 얼마나 친한가 하는 것도 돈을 빌려보면 금방 알게 된다. 어떤 친구는 돈을 빌려 놓고 입 싹 닦는 친구도 있다. 또 친구 돈을 교묘하게 빼돌리는 친구도 있다. 이해관계 없이 5만 달러 무이자로 빌려주고 벌어서 갚으라는 그런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좋겠다. 아니, 자신이 5만 달러를 어려운 친구에게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그런 능력있는 사람이 되면 더 좋겠다. 빌려주는 친구도, 빌려받는 친구도 능력과 신용이 서로 있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과 신용부터 키우는 것이 먼저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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