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동반모임에서 부인들과 남편들이 편을 갈라 노는 현상은 한국인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친구들과 집에서 저녁식사를 가진 그 날 역시 부인들은 따로 모여 앉아 남편들 흉보기 수다에 바빴다. 남편들이 그렇게 큰 잘못만 하며 사는 사람들이면 같이 살지를 말던가 하지, 매번 모여 하는 같은 얘기에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부인들의 목소리들은 커져만가고 있었다. 간간히 거실 밖으로 흘러나오는 그녀들의 자지러질듯한 웃음소리만 아니었더라면 영낙없이 남편들은 청문회에 끌려나온 죄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인민재판의 모습에 더 가까운 이 청문회의 이야기 주제는 엉뚱하게도 전체 남성들의 대한 비판으로 향하면서 급기야 남자들은 왜 변기하나 제대로 조준을 못하느냐? 로 치닫고 말았다. 용기는 있지만 무모한 남편 몇 명이 자상하게 설명을 해보려 했지만 이해근처도 가보지 못하고 야유와 비난에 무릎을 꿇었다. 남의 아내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도 없는 일이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치열한 공방 끝에 남편들의 체념 어린 마지막 한마디는 ‘다음 인생에 남자로 태어나면 이해할 것이다’로 일단락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살다보면 그야말로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난다. 남자는 화성,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나? 남자와 여자가 같이 사는 결혼생활부터가 그렇다. 반면에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조금만 주위사람을 배려하는 각도로 맞출수만 있다면 좀처럼 풀기어려워 보이던 문제의 해결법을 쉽게 찾을수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요즘 나는 치과의사로서가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치과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내가 의사시절 전에 받았던 오래 전 치료들을 재치료 받으며 지금와서 치료의자에 앉아보는 나의 감회는 새롭기만 하다.
세상에 어느 의사던지 그가 의사이기 전에 환자가 아니였던 사람은 한 명도 없을텐데 나는 내가 환자가 되어서야 그동안 내 손을 거쳐간 많은 환자들에게 의사로서 경솔한 말투와 행동들은 없었는지 깊이 반성을 해본다. 나에겐 일상적인 언어와 작은 행동들일지라도 큰 맘을 먹고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환자의 입장으로 되돌아가서야 다시금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한 환자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대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매일매일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생활에 어느새 내 자신은 무뎌져 있어나보다.
좀처럼 끝을 보이려 하지 않는 이 불경기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예전 어느때보다 민감하고 날카로와져 있다. 이럴때일수록 자신만 내세우려는 고집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가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직장을 잃어, 가게 매상이 줄어 힘들어하는 이웃의 이야기들이 이젠 더 이상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6월 한여름에 자선남비를 돌리자는 얘기도 아니고 불우이웃 성금을 내놓란 소리도 아니다. 단지, 어려워하는 이웃의 일들을 남의 얘기로만 흘려 듣기보단 지금 안락한 자신의 생활에 먼저 감사해하고 겸손하는 마음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인생은 대역전극이라고 누군가 말도 하지 않았던가? 대통령이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에 온 국민이 밤잠을 설치듯, 자신의 경솔함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살면서 결코 어려움이 닥치지 않을 거란 어리석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을꺼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난 심혈을 기울여 변기에 정조준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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