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콜로라도 덴버에서 전 현직 한인 회장으로 구성된 인사 495명이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있다. 전 미국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회장을 뽑기 위해서다. 그 결과 워싱턴 DC에서 대형 마켓을 하는 최병근 씨가 미주 한인 총연 20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처럼 많은 한인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이민 연륜이 길어지면서 각 지역 한인회장을 지낸 사람도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전국적으로 한인들의 이익을 옹호할 수 있는 단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그런 가능성과 함께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회원 가운데 자기 돈을 내고 참석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표 한 번 찍기 위해 자비로 거기까지 올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라는 것이 한 참석자의 얘기다. 결국 2박 3일 동안 체재하는 데 들어가는 숙박비와 식비, 항공료는 모두 후보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양측 참모들에 따르면 이번에 뽑힌 최 후보는 선거 비용으로 55만 달러, 낙선한 김영만 후보는 41만 달러를 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두 사람 선거 비용을 합치면 100만 달러를 바라본다. 이를 종자돈으로 잘 활용하면 제대로 된 한인 로비 단체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이런 액수의 거금을 비행기 값과 숙박비로 날려보낸다는 것은 너무나 허망하다. 앞으로는 이런 모순을 막기 위해 부재자 투표로 회장을 선출하자는 안도 나왔으나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미 전체 한인회의 연합 단체인 미주 총연은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200만 전국 한인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으나 지금까지는 이름에 값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금 미국에서는 테러 정국 이후 이민자와 영주권자를 대하는 눈초리가 나날이 차가워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힘을 한데 결집할 수 있는 단체가 아쉽다.
미국 내 가장 성공한 소수계의 하나인 유태인들은 ‘유태 수호 동맹’, ‘유태인 모독 반대 연맹’ 등의 단체를 결성,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데 철저함을 보이고 있다. 한인타운 유지들이 투표 용지에 도장 한번 찍기 위해 수천 마일을 날아와 골프로 소일하다 헤어진다는 것은 시간과 정력과 돈의 낭비다.
최병근 신임 회장은 “회장 선출 방식에 문제가 있으면 의견을 수렴해 고치고 미국은 물론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한인 입장을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이민 100주년을 맞아 미주 총연이 진정한 한인 권익 옹호 단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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