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상 환자 아픔, 관심 가져야”
▶ “미국 치료센터 견학, 재활 도울 터”
김승태 예영 출판사 사장의 워싱턴 나들이는 사실 본업과 아무 상관이 없다.
불의의 사고로 화상을 입어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을 도우면서 마땅한 치료 시설과 이들의 재활을 돕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는 본국의 현실이 안타까워 미국 화상치료전문병원들을 돌아보고 정보를 얻어가는 것이 방문 목적이다.
“매년 대형사고는 펑펑 터지고 화상을 입어 불행한 여생을 보내는 사람은 많은데 대책이 없습니다. 강남성심병원에 유일한 치료센터가 있지요. 화상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입니다. 또 한국에서는 장애인으로 취급되지 않아요. 어린이 화상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데 평균 5,000만원이 드는데 감당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또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치료후에도 사회에 적응하기 힘듭니다.”
김사장이 화상환자들에게 관심을 갖게된 것은 ‘화상가족협회’의 한상규 회장의 예기치 않은 방문을 받고부터였다. 출판업을 하면서 수많은 NGO들을 도와왔지만 화상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화상 환자인 한 회장의 인생은 참으로 기구한 것이었지만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삶이었다. 운영하던 공장에 불이나자 한 회장은 직원을 구하려 뛰어들었고 그모습을 보고 부인도 불속으로 몸을 던졌다. 아내와 7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 한 회장도 전신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한 회장은 회사 문을 닫지 않았다. 모든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보상을 마친 후 공장을 남에게 넘겨줬다. 그리고 본인은 화재가 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피해자들을 돌보는 사람이 됐다. 아내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포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며 버는 돈을 모두 쏟아부어도 일년에 도울 수 있는 아이들은 4-5명이 고작이었다.
“한 회장이 찾아와 첫마디가 도움을 달라는 것이 아니었어요. ‘짐을 같이 들어달라’고 하더군요”
김 사장은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살려 화상가족협회의 조직 정비를 도왔다. 이사회도 만들고 네트워킹과 실사 조사도 했다. 그러나 역시 이것만으로는 매년 늘어나는 화상 환자들을 돌보기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한국은 안면에 60% 이상의 화상을 입은 사람만 장애인으로 취급합니다. 참으로 비현실적이지요. 한국은 미용 정형 수술이 굉장히 발전했어요. 그런데 화상 성형 수술도 미용 시술로 생각하니 말이 됩니까? 미국에는 제 3세계의 아동 화상 환자들을 돕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한국은 잘 몰라요. 이들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해주고 정상인처럼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게 급선무입니다.”
워싱턴에 오기전에 올랜도를 방문했고 LA도 들를 계획이다. 출판업을 하면서도 남들이 잘 만들지 않는 분야의 책들을 많이 출판하는 고집을 보이고 있는 김사장은 화상 환자에 대한 책을 출판,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킬 생각이다. 김 사장은 “화상은 가족 파탄도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데 일반인들의 관심이 너무 적다”며 “누군가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출판업에 25년째 종사하고 있는 김 사장은 “문화적으로 미국에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국제교류를 통해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며 “수익이 안되는 책만 만들어 우려의 소리도 듣지만 망할 때(?)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의:(202)316-9466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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