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인물(?)이 오랜만에 등장했다. 이디 아민이다. 한 때 우간다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그가 망명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보도다.
아민은 70년대 한국신문 해외 토픽란의 총아였다. 독재자인 데다가 하는 짓마다 엉뚱해서였다. 아민 치하에서 무려 40여만이 학살됐다. 해서 생긴 닉네임이 ‘아프리카의 도살자’다. 그런데 학살 진상보다는 때로는 익살스럽기 조차한 그의 엽기적 행태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보도됐다. 그 와중에 우간다 하면 일종의 몬도가네 식의 뒤죽박죽 나라의 이미지를 굳힌 것도 사실이다.
아민은 70년대 한국인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을 주었다는 생각도 든다. 같은 군사독재지만 그래도 우간다에 비하면 훨씬 낫다는 상대적 우월감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하는 측면에서 말이다. 아민은 어쨌거나 독재자로서 갖출 건 다 갖춘 인물임에 틀림없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과대망상 등 이상성격의 소유자다. 비판을 싫어해 특정집단을 민족의 적으로 몬다. 그리고 최후가 비참하다.
독재자들이 보이는 공통점이다. 아민의 행적을 보면 이 특징이 거의 다 들어 있다.
독재자는 유머를 모른다. 임어당의 말이었던가. 이 점에서만은 다소 예외였다. 사람들을 웃겼기 때문이다. 본인은 심각히 생각하고 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하는 짓이 코믹디였다.
하기야 엽기에 가까운 그의 기행도 따지고 보면 과대망상의 소산인지 모른다. 그리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점에서도 예외가 없다.
권불십년(權不十年), 이제는 식물인간이 돼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소식이 그렇다.
‘익살스러운 독재자’- 프랑스의 좌파신문 라리베라시옹이 김정일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이 신문은 최근 북한 관련 퀴즈를 실었다.
이런 식이다. 김일성 동상은 모두 몇 개인가. 김정일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김일성 동상은 3만5,000개라고 한다. 북한 전역이 김일성 동상으로 뒤덮힌 셈이다.
정답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넌센스 퀴즈로, 이상하고 결코 아름답지 않은 김정일 체제의 실상을 폭로하자는 취지의 퀴즈니까.
프랑스 언론만이 아니다. 일본, 미국 신문 등도 점차 비꼬는 태도다. 인간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경애하는 수령의 나라’로, 그 다크 코미디의 주역이 바로 익살스런 독재자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경애하는 지도자는 과연 어떤 최후를 맞게될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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