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9.11테러 당시 월드센터 73층에서 일했던 오세중씨의 악몽회고
2년이 지났지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흘러도 9.11테러 사건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아직도 그 당시 같이 일했던 동료와 친구가 생각나 잠 못 이룰 때가 많습니다. 저는 지금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는데 말입니다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는 오세종씨<27·사진>는 10일 기자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한참을 망설인 후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오씨는 테러 사건 당시, 월드 트레이드 센터 73층 모건 스탠리 증권회사에서 근무를 했다며 지옥과도 같았던 그 날 일을 털어놓았다.
사고 당일 아침 8시 40분 경 회사에 출근한 그는 갑자기 실내에 불이 깜빡거리며 정전이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전기가 들어왔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직원들의 웅성거림 속에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오씨는 창문을 통해 밖을 쳐다봤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 쪽으로 가자 많은 사람들이 정신이 나간 듯 뛰어다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당시 무슨 일 이 생겼는지 알지 못한 채 동료들과 계단으로 내려 가려했지만 계단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하고 얼마 후 ‘제 1빌딩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2빌딩은 괜찮다’는 사내 방송이 들려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방송을 듣고 약간 안심한 사람들과 함께 1층을 향해 계속 걸어 내려갔다며 그때까지도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지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빌딩 중간쯤 내려 왔을 때 큰 태풍이 부는 것같이 온 건물이 요동치기 시작했으며 마치 자신의 몸이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여기저기에서 울부짖는 소리와 비명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고 실신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리고 제 2빌딩은 안전하다는 방송에 사무실로 돌아갔던 사람들이 비상문을 두드리며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해 계단은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찼으며 연기와 전기 타는 냄새가 계단을 메웠다고 말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혼자 걸어내려 오기도 힘든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40층 정도에서 충격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주저앉아있는 60대로 보이는 할머니를 등에 업고 1층까지 내려오는 용기를 보여줬다.
1층에 도착한 오씨는 밖으로 나와 빌딩을 올려다보니 2개의 빌딩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1시간동안의 생과 사의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오씨는 그 날 밤 분노와 괴로움으로 한참을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사고 몇 시간 후, TV를 통해 테러범들에 의한 비행기 테러라는 것을 알았다며 월드 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진 것도 그때 알았다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오씨는 또 얼마 전 악몽과도 같았던 사고 현장을 찾아다며 이곳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묘지도 없이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면서 다시 한번 그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오세종씨의 아버지 오인환 목사는 당시는 기억하기도 싫다면서 사고 당일 아들과 잠깐 연락이 된 후 3일 간 두절돼 자신의 아들이 사고를 당한 줄 알았다며 피가 마르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꼈다며 몸서리를 쳤다.
오세종씨와 오인환 부자에게는 9월 11일은 영원히 잊지 못할 아픔 기억으로 남았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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