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엄마의 얼굴 같은 둥근 보름달이 높은 가을 하늘에 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음과 밀린 정담을 나누노라면 지나간 어린시절 이야기에 스르르 빠지며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 때에는 추석빔과 풍성한 음식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자주 만나보지 못했던 일가 친척들을 만난다는 설레임이 컸었다.
지금 아무리 더 좋은 옷과 더 맛있는 음식이 흔하다고 하더라도 그 때의 기다림과 즐거움만
못할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듯이 추석은 모두에게 황금빛 벌판에 무르익은 햇곡식과 과일 그리고 가득 차올라 밝게 빛나던 보름달과 같은 풍요로움의 의미로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다.
며칠 전 추석에는 식구들이 모처럼 모여서 송편을 빚고 여러 산나물과 갖은 음식으로 추석 상차림을 준비하였다. 추석은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오랫만에 한데 모여 성묘와 차례를 지내는 우리의 풍습일 뿐만 아니라 고향을 찾는 가족들과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정을 나누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곳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추석보다는 추수감사절이 더 큰 명절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고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의 추석은 아직도 소중한 기억으로 가슴 안에 깊이 간직되고 있다. 그토록 뜻 깊은 우리의 명절을 이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들의 2세들에게도 알려 주고 싶다. 꼭 차례를 지내거나 추석 상차림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들이 나중에 친척들끼리 서로 자주 왕래하며 즐길 수 있는 이민문화의 한 양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서로간에 사랑과 정을 돈독히 하고 나아가서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식구들은 모두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어서 그리 외롭지 않은 이민 생활이지만 매년 추석 즈음에는 왠지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은 심정으로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돌아가고 싶은 그 곳은 어떤 사람에게는 고향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옛 추억의 한 장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곳이 어떤 곳이건 간에 추석은 우리에게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게 만든다. 추석이 농경사회에서 자연의 힘과 변화를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데서 유래 하였음을 생각해 보면 긍극적으로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곳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의 자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치 마음의 DNA처럼 내 안에 각인되어 있어서 해마다 추석이 오면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바램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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