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추분(秋分 : 9/23)이 오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농촌의 아낙네들이다. 일손이 적어지고 잠을 제대로 오래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잠은 술시(밤 7-9시)를 넘기지 않았고, 일의 시작은 동트기 전 인시(아침 3시-5시)를 넘기지 않았던 조기조침(早起早寢)의 옛 미풍, 사람의 몸도 소우주와 같으니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시 쉬었다가 잔다는 대우주와의 발맞춤이다.
이른 아침 맑은 정신으로 정사를 본 조기문화의 표본으로는 대신들이 정사를 보는 곳을 조정(朝廷)이라 하고, 그 대신들을 조신(朝臣)이라 한 것이 그 예다. 오죽하면 나라 이름까지 아침 조, 맑은 선을 한데 묶어 조선(朝鮮)이라 했을까.
통계에 의하면 사업에 종사하는 미주 동포의 상당수(10명 중 8명)가 밤 12시 전후에 취침하여 아침 6시 전후에 기상, 6시간밖에 못 자는 수면부족의 증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본래 불면증이 있어서가 아니고 앞만 보고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 수면부족의 증상은 여기 토배기 미국인도 마찬가지다.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4천만명이 눈을 감고 두 세 시간 있어야 잠이 들거나 심한 경우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든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비몽사몽(非夢似夢) 간을 헤매다가 일어난다.
연방정부 산하기관인 미 수면장애 연구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Sleep Disorder Research)가 지난 3년동안 미국인들의 수면 패턴을 조사한 결과 조기조침을 원칙으로 8시간 잠을 자는 정상인은 불과 37%에 불과하며 이같은 수면 부족으로 일어난 자동차 충돌사고는 매일 평균 20만건이며 이로 인한 치료비도 연간 160억달러이고 심한 경우 이혼, 직장 파면의 경우까지 이어 진다고 했다.
그리고 동 연구소에 따르면 대다수 성인들은 하루에 최소한 7시간의 깊은 수면이 필요하고 몸의 컨디숀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8시간 이상 잠을 자고 조기조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우리의 조기조침 문화의 미풍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꿈 없이 이렇게 푹 잘 수 있는 상태를 델타 스립(Delta Sleep)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몸으로 때운다’는 이민 1세, 1.5세들의 고정 관념이다. 일하는 시간이 많고 잠은 부족하고 항상 피로함을 느끼며 산다. 그리고 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수면 부족이 원인이 된 고혈압, 당뇨, 간염 등 자각증세가 왔는데도 설마 설마 하다가 진행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면은 가장 중요한 건강의 척도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에게 ‘잠은 어떠냐’고 묻게 마련이다. 이 경우 Oh, fine이라고 건성으로 말하지 말고 자신의 수면 상태를 자세하게 얘기하고 조언을 얻어야 한다. 옛 어른들이 “잘 먹고(快食), 잘 삭이고(快便), 잘 자면(快眠) 임금님 부럽지 않다거나 “병은 잠자는 동안에 낫는다는 말도 경험의학에서 얻어진 좋은 건강훈이라 하겠다.
불면증에 대한 원인은 아직까지 명쾌한 답이없다. 의학계에서는 뇌수에서 잠을 조절하는 균형이 깨진 결과라고 말하고, 동의학에서는 심장의 혈부족 또는 기부족 때문이며 이것은 사람의 일곱가지 감정인 희(喜:지나친 기쁨), 노(怒:성냄), 우(憂:걱정), 사(思:지나친 생각), 비(悲:슬픔), 공(恐:공포), 경(驚:놀램)등 7정(七情)의 감정변화가 너무 지나친대서 온다고 했다.
듀크대학 행동의학연구센터의 레드퍼드 윌리엄스 박사의 연구에서도 ‘감정의 격변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흡과 신진대사가 빨라지고 혈압이 급상승하며 지방세포가 지방산으로 변하고 심장병을 비롯한 면역 기능의 약화를 초래한다’고 동의학의 이론을 뒷 받침하고 있다.
불면증은 이와 같이 정신적인 감정의 격변과 지나친 과로에서 오지만 고혈압 등 혈액순환장애로 올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그 원인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특히 잠자리에서 잠이 오지 않는 사람, 잠은 쉽게 들지만 자주 깨는 사람, 남이 보기에는 잘 자고 있는 것 같지만 꿈만 꾸고 깊은 잠을 못 자는 사람들도 넓게 보면 불면증이라고 할 수 있다.
불면증의 원인으로 코를 고는 배우자 때문일 수도 있다. 코를 고는 배우자들을 둔 사람들은 괴롭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다.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이고 코를 골던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지면 숨이 막힌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반대로 코고는 소리를 자장가로 생각하고 무관심중에 잠을 청한다는 느긋한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매우 드문 일이다.
불면증 치료에는 감정의 순화가 기본이고 과로 없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은 자장가로 풀어라’ 이 말이 우리 나라에서 전해지고 있는 것도 감정의 순화가 불면증의 특효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잠이 않온다고 전화로 의사에게 말하자 의사는 자장가를 불러 줄게 수화기를 들고 있어라는 얘기도 같은 이치인 것이다.
Patient 『I can’t sleep, Doctor. can you do anything for me?』Doctor: 『Hold the phone and I’ll sing you a lullaby.』
/ikhchang@aol.com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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