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허전한 마음으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이번에는 나파벨리(Napa valley)를 다녀 왔다. 모네, 르노와르 그리고 고호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화스럽고 한가한 시골길이 연상되는 나파의 포도 밭은 노랑, 빨강, 보라 빛의 단풍으로 물들고 있었다. 포도의 종류에 따라 단풍색도 각각 이어서 많은 화가들이 포도 밭의 고운 정경을 화폭에 담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발 닿는 곳곳마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은 생명 활동을 멈춘 듯 비어 있었지만 오히려 그 비어있음으로부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기다림을 읽을 수 있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나무는 지니고 있던 잎을 모조리 떨구어 내야 할 것이다. 그렇듯 비어 있지 않으면 시련은 물론 새로운 시작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지혜를 나무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항상 변화하며 모습을 달리 하고 있다. 삶의 모습이 변화한다는 사실이 어떤 때는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고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계절의 순환을 준비하는 나무들에게서 나는 생명력 이상의 의미를 배운다.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허겁지겁 살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돌이켜 보면서 그 동안 간과했던 것들과 변화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끝이 없는 것이 욕망이듯이 성취욕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 타서 계속 달리며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들을 그냥 지나치며 살아 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해 보았다. 그러나 정작 내게 남아 있으며 나를 지켜 준 것들은 자취없이 사라졌거나 부족함으로만 남아 있는 성취에의 욕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이제 아무 소리 없이, 어머니의 미소와도 같이 나를 지켜보며 기다려 주던 그것이 바로 무엇일까 하고 내 자신에게 물어 본다.
가을의 풍경을 하나라고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카메라를 들었다.렌즈를 통해서 바라보는 가을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렌즈 속에 잡힌 미루나무 가로수 길, 높은 하늘아래 소담스레 알알이 익은 포도송이들 그 모두가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나의 삶도 뒤돌아 보면 기쁘거나 슬펐던 아련한 영상으로 간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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