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는 끝이 없으며, 어린아이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는데, 시인 류시 화님의 잠언시 모음 중에 유태교 신비주의자 랍비 루시아라는 사람이 지은 ‘도둑에게서 배울 점’이라는 재미난 시가 있어 옮겨본다.
도둑에게도 다음의 일곱가지를 배울 수 있다/ 그는 밤 늦도록까지 일한다/ 그는 자신이 목표한 일을 하룻밤에 끝내지 못하면/ 다음날 밤에 또 다시 도전한다/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모든 행동을/ 자기 자신의 일처럼 느낀다/ 그는 적은 소득에도 목숨을 건다/ 그는 아주 값진 물건도 집착하지 않고/ 몇 푼의 돈과 바꿀줄 안다/ 그는 시련과 위기를 견뎌낸다. 그런 것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잘 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이 나게 하는 위트도 있지만 곰곰히 생각하게도 만드는 재미난 시다. 특히, 평소 끈기가 없어 스스로에게 불만인 나는 ‘자신이 목표한 일을 하룻밤에 끝내지 못하면 다음날 밤에 또 다시 도전한다’는 대목에선 터지는 웃음과 함께 큰 자극을 맛보기도 했다. 거기다 자신이 목표한 일을 달성하는데 있어 그에게 시련과 위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대목에 이르러선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도둑질을 함에 있어서도 이런 끈기와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과 동료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다른 일은 말해 무엇하랴 하며 한참 고개를 끄덕이다 조금은 삐딱한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은 바로, 보통 사람들보다도 더 자기 일에 완벽을 기하며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애쓰는 그들이 범법자가 되고,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는 건 그들의 목적(Purpose)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막연히 열심히 살다보면 무언가가 이루어지겠지하며, 온갖 어려움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참고 견디며 살았지만 종국에 가서는 알 수 없는 공허함으로 방황하는 우리네 삶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 사회의 교육과 풍토는 우리에게 올바른 삶의 목적이나 목표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그저 알 수 없는 조급함에 쫒겨 쉬지않고 앞으로 앞으로 열심히 열심히 사는 것을 강요한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목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을 고리타분하거나 쓸데 없는 일 혹은 시간낭비로 여기며, 그저 순간순간 필요한 목표(Object)들만
을 세워 그것을 이루기 위해 우리의 시간과 힘, 지식과 열정을 모두 쏟아부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는 오늘 도둑을 통하여서 삶의 목적이 올바르지 못하거나 뚜렷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여 사는 삶이 얼마나 나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며, 나의 삶을 송두리째 도둑맞는 것인지에 대하여 배웠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급히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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