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아 외교관 생활이 가장 어렵다는 LA를 거쳐간 총영사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물을 꼽으라면 적지 않은 한인들이 김명배(사진) 전 총영사를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김 총영사는 김대중 대통령으로 넘어가는 한국의 변혁시절과 때맞춰 한인사회도 보·혁 융합의 혼전기에 돌입하던 1999년9월 부임해 1년6개월 동안 ‘교민과 호흡하는 발로 뛰는 외교관’으로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다.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브라질 대사로 떠났다가 지난해 정년 퇴임한 김 전 총영사가 LA에 들른 길에 11일 기자와 만났다.
“LA 한인사회에는 도산정신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애국 애족과 정직, 성실이 응집력의 절대적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한인사회를 접했던 인상을 묻자 그는 주저 없이 “눈에 안 보이는 도산정신이 바탕을 이룬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총영사가 성실과 정직, 민족단합을 강조했던 도산의 정신을 언급하는 바탕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 처음 부임했을 때 한인사회에는 남가주 한국학원 재정문제, 4·29 장학재단, 교육원 건물 구입이라는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정상적 방법으로 풀자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한인사회였다”며 “나는 그저 그 공감대의 모멘텀 제공에 다소 기여한 것 뿐”이라고 낮췄다.
김 전 총영사야 그렇게 말하겠지만 사실 그가 보여줬던, 발로 뛰는 외교관의 모습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부임후 크고 작은 한인 행사에 한번도 빠져본 적이 없고 여러 곳을 다니다가 저녁식사를 걸러 10시가 넘게 해결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잠이 부족해 차에 담요와 베개를 갖고 다니며 새우잠을 자면서도 행사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참석하며 ‘동고 동락’하는 총영사의 모습을 잃지 않았었다.
요즘은 한국 군산대학교에서 북한 정세를 주제로한 강의를 맡고 있고 아프리카 우간다를 시작으로 33년간 몸담았던 외교관 생활의 애환을 담은 에세이집 ‘에벤에셀의 손길’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9월 첫선을 보이는 이 책은 외교관 시절의 에세이집 1부와 전공을 살려 북한 정세 자료를 모아 분석한 2부로 꾸며졌다.
<글 김정섭·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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