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 자꾸 죽어
한국에선 모든 농촌이 노촌(老村)으로 둔갑해 빈집이 늘어나고 학교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너나없이 도시로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서북미 지역에도 똑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오리건주 북중부의 질리엄 카운티가 그렇고 클리어워터 카운티(아이다호주), 나이오브라라 카운티(와이오밍주), 트레저 카운티(몬태나주)도 지도에만 나타나는 유령마을이 될 운명에 처해 있다.
콜럼비아 강변의 드넓은 밀밭에 자리잡은 질리엄의 경우 전체 주민이 고작 1천9백명. 이들에게 카운티 땅을 분배하면 1인당 1.6평방마일 꼴로 돌아간다. 인구가 연간 80~100명씩 줄어 오리건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유령마을이 돼가고 있다.
인구감소 이유는 자명하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남은 노인들이 차례차례 죽기 때문이다. 나이오브라라의 경우 2000~2003년 인구가 7.1% 줄어들어 현재 2,237명만 남았다. 이들 중 18.7%가 65세 이상으로 주 평균인 11.7%를 크게 상회한다.
한때 풍요를 구가했던 질리엄 주민들은 고향이 유령마을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질리엄 산 밀은 50년대 한국 등 후진국에 잉여농산물로 무상원조 됐으며 농장주들은 연방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아 생계를 꾸렸다. 그러나, 정부가 밀의 과잉생산과 농지 황폐화를 막기 위해 1984년 농장 법을 발동하자 대다수의 밀 경작 주민들은 별수 없이 땅을 정부에 매각하고 질리엄 마을을 떠났다.
가진 것이라고는 넓은 땅밖에 없어 이의 활용방안을 강구하던 주민들은 90년대 초 이웃 대도시 포틀랜드에 쓰레기 매립지를 제공, 연간 1백만달러씩 벌어들이고 있다. 요즘 이 동네 노인들은 밤마다 굉음을 내며 몰려오는 쓰레기차의 수를 세는 것이 낙이다.
또 한가지 낭보는 연방정부가 신호등조차 없는 이 마을에 밀 품질 실험소를 설립하도록 92만달러를 지원했다는 점이다. 이 실험소는 시장조사를 통해 질리엄에 적합한 최상품 밀 품종을 개발하게 된다. 그밖에도 풍력발전소를 유치하고, 오래 전에 문닫은 호텔을 보수하며, 노인들을 위한 양로병원을 신설하는 등 갖가지 생존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의 소원은 소박하다. 동네 그로서리와 약방과 책방이 계속 문을 열 수 있도록 인구를 3천명까지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의 이런 소망을 저버리고 해마다 고교 졸업생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네를 떠난다. 일부 주민은 인구감소가 아직도 바닥을 치지 않은 것 같다며 질리엄이 유령마을로 전락하는 것을 팔자소관으로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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