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선거 유세 중 이런 질문이 나왔다고 하자.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를 꺼리는 후보는 어떤 후보일까.
‘보수진영 후보다. 인공유산을 반대한다고 공언해야 별로 유리할 게 없으니까’-. 맞는 답인가. 90년대, 더 정확히 말해 90년대 중반 이전의 상황에서는 정답이다.
2000년대에는 그러면.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낙태권리를 강력히 지지한다. 이런 발언은 그러나 표 모으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므로 진보 측 후보도 인공유산 문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한다.
무슨 말인가. 미국의 유권자 정서가 그만큼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낙태권 문제만 해도 그렇다. 90년대 초 낙태권리 지지는 3대2 정도로 우세했다. 90년대 말께는 5대5의 비율.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역전의 현상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그토록 시끄럽던 낙태권 문제가 2000년부터인가 민주당의 선거 아젠다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15%에서 18%에 이른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도 아니다. 테러전쟁도 아니다. 경제문제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가치관으로, 그 문제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들이다.
일찍이 없었던 현상이다. 사회 이슈의 보수화와 함께 대두된 경향으로, 지역적으로는 남부, 또 내륙지역에서 그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 가치관 신봉의 유권자들은 절대다수가 보수 아젠다 지지 층이다. 타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 지지 비율은 70 대 18. 한마디로 압도적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남성보다는 여성 유권자에게서 가치관이 가장 중요하다는 유권자 비율이 특히 높다는 점이다. 케리의 여성지지 비율이 왜 낮은지를 설명해주는 대목일 수도 있다.
왜 가치관을 최우선시 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을까. 위기의식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선명한 진보의 아젠다가 휩쓴다. 보수진영은 긴장한다. 그러나 그 대응은 소극적이다. 모럴 그라운드 싸움에서 어딘가 밀린 느낌이 들어서다.
그러므로 보수 측은 ‘보고만 있을 것인가’ 하는 식의 충동적 선거 전략을 도입한다. 그래도 보수 층은 잘 움직이지 않았다.
이게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라는 거다. 동성애자 결혼권리까지 주창되는 상황에서 보수 층은 화가 났고 결국은 결집해 행동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보아도 된다는 해석이다.
그건 그렇고 이 보수세력의 대반격은 올 미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두고 볼일이다. 그러나 뭔가를 보여줄 것 같은 예감이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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