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돈이 많이 드는 시스템이다. AP 통신 보도에 의하면 이번 총선을 치르느라 들어간 비용은 40억 달러가 넘는다. 여기에 주정부나 지방 정부들이 부담한 비용까지 보태면 50억 달러는 족히 된다는 계산이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고, 선거를 치르는 것은 한마디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모두가 잘 살자는 것이다. 이상적 사회를 지향하느라 천문학적 돈을 들여 통치자를 뽑는 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이러니이다.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의 기본 조건은 통치자가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상적 정치 체제 혹은 완전사회를 의미하는 유토피아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영국의 토마스 모어였다. 1516년 모어는 그리스어 토포스(topos)에 우(u)라는 부정 접두사 붙여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토포스는 장소라는 말. 따라서 어디에도 없는 사회라는 뜻이 된다.
모어가 꿈꾼 이상향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움이었다. 아무도 지배하지 않고, 아무도 지배받지 않는 사회이다. 주민 대표로 군주를 뽑기는 하지만 주민들이 언제라도 퇴위시킬 수 있으니 통치는 질서 유지 수준이다. 세금도 없고, 가난도 없으며, 귀족이나 평민 같은 계층도 없다.
18세기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도 이상향을 꿈꿨다. 그의 유토피아 역시 지배, 피지배 관계가 없는 평등한 공동체였다. 공동체에 필요한 것을 조달하느라 최소한의 세금을 내지만 통치기구의 권한은 엄격히 제한된다. 중요한 일은 주민들이 마을 광장에 모여 함께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모두 함께 일하고, 함께 먹는 사회이니 화폐가 필요 없고, 거지도 부자도 없는 이상적 사회인데, 문제는 인구이다. 모어가 그린 유토피아는 인구 10만 정도의 섬이었고, 푸리에의 구상은 1,600명 정도의 공동체를 단위로 했다.
국가 인구가 수억에 달하는 현실 사회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민주주의는 말하자면 불가능한 유토피아를 현실에 접목시켜 보려는 시스템인데 돈이 너무 드는 게 흠이다.
2004년 미국 민주주의의 가격표인 50억 달러는 어느 정도의 돈일까. 천문학적 액수로 유명한 수퍼 볼 광고를 2,200번 낼만한 액수, 학비 비싸기로 유명한 예일대학에서 3만명의 학생을 공부시킬 만한 액수이다. 부동산 개발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재산을 몽땅 사들이고도 그만큼이 남는 액수이기도 하다.
선거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연방의회 후보들과 대통령 후보들의 캠페인 비용. 총 18억달러쯤 되는데 양 후보의 대선 캠페인 비용이 그중 1/3을 차지한다. 대통령을 새로 뽑느라 6억 달러가 든 셈이다. 선거비용이 아깝지 않을 선정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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