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 청강생들
강의실에 북적
이번 가을 미 전국 대학가의 새 풍속도. 노인 청강생(audit courses students)이 늘고 있다. 요즘 청강생으로 강의실에 들어가는 은퇴 노인들은 젊은 학생들의 문신, 심한 노출, 연필처럼 가늘고 짧은 여학생들의 스커트에도 놀라지만 자기만큼 늙은 또 다른 무리의 청강생이 많음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대학 캠퍼스에 은퇴노인들이 몰리는 사연은 무엇일까?
은퇴촌 인근대학 2년새 10%증가
학비 턱없이 싸나 학점은 못받아
아침 9시 이른 강의시간. 젊은 학생들은 뒷좌석에서 아직 선잠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한 듯 하품을 하면서 축 쳐져 있지만 앞좌석 한두 줄에는 새벽잠이 없는 학생들이 ‘바이 포칼(아래는 돋보기이고 위는 도수가 없는 안경) 안경’ 너머로 두 눈을 반짝이며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머리카락은 대부분 은회색. 교수에게 허락을 받고 들어온 노인 청강생들이다.
대학가의 청강 프로그램(auditing programs)은 1990년대에 은퇴촌을 개발하는 개발업자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은퇴촌에 주택을 마련하는 바이어들에게 인근대학에서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청강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면 바이어들의 귀가 솔깃해진다는 것.
대학들은 은퇴 청강생들을 받아들이면 커뮤니티와의 관계가 좋아져 대학 증축이나 확장공사 때 주민반대가 줄어들고 정부 당국으로부터 재정보조 받기도 수월하고 가끔 노인 청강생들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강의에 만족해 한 노인들이 손자손녀들에게 그 대학에 입학할 것을 종용하는 학생 유치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청강생의 학비는 연간 3만달러에 달하는 일반 학부학생에 비해 한 코스당 수십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턱없이 저렴하다. 주립대학의 경우는 무료인 경우도 있다. 다만 강의를 들을 수는 있지만 학점을 주지는 않는다.
문제는 군단을 이루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세대로 접어듦에 따라 각 캠퍼스마다 노인 청강생이 급격히 늘고 있어 등록을 위해 새벽 6시부터 줄을 서는 노인들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네바다, 플로리다 같이 은퇴촌이 많은 대학가에는 노인 청강생들이 지난 2년 사이 10%씩 증가해 코스당 학비를 50달러에서 180달러로 인상하는가 하면 유니버시티 오브 펜실바니아와 프린스턴 같은 대학은 매 코스마다 청강생이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보스턴 대학에서는 이미 연간 1,000명 이상의 은퇴 청강생들이 등록하고 있으며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은 ‘노인 북클럽’까지 캠퍼스에 생겨나고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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