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할 때면 한인들은 으레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등 한국 항공사를 이용한다. 타국 항공사들에 비해 값이 비싼 데도 웬만하면 한국 비행기를 탄다.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비빔밥 같은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누적되는 마일리지 혜택을 생각하면 외국 항공사에 비해 비싼 것도 아니라는 계산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좁은 공간에 갇혀 10여 시간을 가는 긴 여행이고 보니 같은 한국사람들끼리 타면 부담이 없고 편한 때문이기도 하다.
심리적 푸근함과 아울러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승객의 체격이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일반석에서는 옆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느냐가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 보통 사람의 두 배쯤 되는 사람이 옆에 앉으면 그 여행은 고행이 되고 만다. 미 국내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씩 경험하는 일이다.
대부분 한인들이 타는 한국 항공기에서는 좀처럼 그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
지난 달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비수기인 만큼 좌석 여유가 있어서 편안히 여행하리라 생각했다. 기내가 텅 비어 두세 자리를 독차지하던 기억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 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빈자리 하나 없이 만석인데다 내가 앉은 칸에는 승객의 과반수가 타민족이었다. “내가 어디 다른 나라 비행기를 탄 게 아닐까”하며 어리둥절해 있는데 그때 비대한 체격의 타인종 남성이 오더니 덜컥 옆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LA에서 인천 국제공항까지 13시간, 몸을 한쪽으로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다보니 나중에는 온몸의 근육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한국 항공사 여객기에 타민족 승객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LA에 돌아와서야 들었다. 아시아나, 대한항공이 비수기 적자 해소책으로 동남아 마켓을 공략, 성공을 거둔 결과라는 것이다.
성공 비결은 첫째가 싼 가격. LA에서 자카르타 노선의 요금을 예로 들면 싱가폴 항공 830달러, 아시아나 750달러, 대한항공은 810달러 수준이다. 거기에 기내 음식 등 서비스도 좋으니 고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찜찜한 점이 없지 않다. 동남아 노선 요금은 낮추면서 왜 한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울행 요금은 그대로 유지하는가 하는 것이다. 더 멀리 가면서 요금은 더 적게 내는 기현상이다.
예를 들어 LA에서 서울까지 가면 940달러인데 거기서 비행기를 더 타고 자카르타까지 가면 거의 200달러가 내려간다. 가격 경쟁도 좋지만 동족들에게 더 받아서 외국 승객들을 유치한다면 그것도 모양새가 좋은 것은 아니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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