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물질 문명에 지친 많은 현대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요즘도 한국인을 비롯, 많은 순례자들이 ‘영혼과 영원의 나라’ 인도를 방문한 후 그 깊고 높은 정신 문화를 찬양하는 글을 쓰곤 한다.
재미있는 일은 이들 순례자의 압도적 다수가 여행을 한 후에는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토록 향기로운 정신 세계에 심취해 일생을 보낼 수도 있을 텐데 그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인도 일상의 현실이 고차원적 명상을 즐기는 것을 허락지 않기 때문이다. 물질과 역사, 현실에 대한 인도인들의 전통적인 경멸에다 독립 이후 간디에서 네루로 이어지는 사회주의적 정책 때문에 인도는 최근까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로 남아왔다. 인도를 다녀온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면 중국인들도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인도에 비하면 하늘나라나 다름없다고 한다.
오랫동안 책으로만 인도를 동경해 온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정작 인도에 발을 들여놓고는 그 처참한 가난과 불결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인도에 대해 가졌던 환상은 악취와 쓰레기로 뒤덮인 거리, 최소한의 위생 관념도 없는 인도인의 생활을 보는 순간 산산이 깨졌다.
그러나 인도에 살고 있는 인도인이 엉망진창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해외로 나온 인도인들은 어느 나라에 정착하건 성공적인 삶을 누리고 있다. 2004년 연방 센서스 결과는 이 사실을 새삼 뒷받침해주고 있다. 미국 내 아시아계 여러 인종 중 인도인들이 가구 당 소득 7만 달러로 일본계와 함께 가장 소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평균 5만 달러보다 40%나 높은 수치다.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도 전체의 64%로 아시안 중 인도 계가 제일 높다.
미국 내 인도인들은 의학, 비즈니스, 금융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특히 하이텍 분야에서는 어떤 소수계보다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첨단 테크놀로지의 중심인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20%가 인도 계다. 이들이 떠나면 하이텍 산업도 보따리를 싸야 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피와 살을 가진 인도인들이 국내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살다 해외에만 나오면 펄펄 나는 것은 경제적 번영에 관한 한 유전자보다 사회의 관습과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이번 센서스 결과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한인들의 소득 수준이 아시안 중 최저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가구 당 소득이 4만 7,000달러니까 부부가 일한다고 가정할 때 1인 당 평균 한 달에 2,000달러를 버는 셈이다. 자녀 과외비로 한 달에 수백 달러씩 쓰는 교육열과 코리아타운에 즐비한 벤츠와 렉서스를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숫자다. 정말 한인들의 소득 수준이 최저인지 아니면 제대로 세금보고를 하는 정직성이 최저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