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 한인 사회의 경제 규모가 커지다 보니 웬만큼 돈이 있어 가지고는 “돈 좀 있다”는 소리를 듣기 어렵게 됐다. 집 한 채에 비즈니스 하나만 갖고 있어도 100만 달러 대는 훌쩍 넘어간다. 물론 이것이 빚을 뺀 순 자산은 아니지만 네트로도 수백만 달러 정도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 수없이 많다는 것이 한인 금융계의 중론이다.
경제 성장과 비례해 커진 것이 있다. 사기 사건의 규모다. 이제는 몇 만 달러, 몇 십만 달러 정도는 ‘사건’ 축에 끼지도 못한다. 최근 잇달아 터진 한인 사기 사건은 밝혀진 피해액만 건당 최소 수백 만에서 1억 달러가 넘어 단위가 달라진 한인 경제의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들 여러 사건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C+ 사건이다. 1억 달러가 넘는 규모도 규모지만 도망갔다 잡힌 찰리 이씨의 체포 경위가 너무 극적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 액수의 사기를 쳐 돈을 해외로 빼 돌려놓은 사람이 왜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에 돌아왔을까. 도망자의 신분으로 왜 다량의 총알과 총기, 심지어는 소음기까지 구입했을까.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사람이 어째서 시속 100마일이 넘는 속도로 차를 몰았을까.
이런 의문들에 대한 해답으로 요즘 ‘배후의 인물’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씨가 대한 증권 브로커로 일하던 시절부터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혼자서 이처럼 대형 사기를 저지를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 잘라 말한다. 이 정도의 사기를 치려면 치밀한 두뇌와 조직력, 상당한 전문 지식이 필요한 데 이씨는 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것이다
다운타운 고층빌딩에 으리으리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늘씬한 여성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가 하면 방탄유리가 장착된 차를 타고 다니며 순진한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을 홀딱 넘어가게 하는 수법은 이씨의 머리에서는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그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배후의 인물’ 설에 따르면 다운타운 상인들의 심리를 잘 아는 누군가가 각본을 짠 후 이씨를 고용해 사무실을 차려주고 손님을 몰아주는 역할까지 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자기는 챙긴 것도 없이 꼭두각시 역할만 하고 온갖 오명을 뒤집어 쓴 사실을 깨달은 이씨가 복수를 하기 위해 미국에 돌아와 소음기까지 샀다는 것이 이 설의 요지다.
아직은 수사 당국이 밝힌 것이 아니고 ‘설’에 불과하지만 특단의 사정이 있지 않고서야 사기범으로 수배된 사람이 암살용 무기인 소음기를 들고 과속으로 프리웨이를 질주하는 기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찰리 이씨의 재판을 앞두고 지금 코리아타운에서는 잠을 설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수십 만 달러 잃어버린 것도 가슴 아프지만 세금 안 낸 돈을 투자한 사람은 돈을 돌려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세청의 조사를 받아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만에 하나 이번 사건에 관련된 인물이 이씨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것이다. 다음 주 열릴 이씨의 재판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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