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 아이가 결혼 적령기인 때문인지 다른 집의 혼사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몇년전 딸의 친구 오빠인 의사부부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갔을 때 “내가 또 언제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에 와 볼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른 지금 한인 사회의 결혼식도 많이 달라졌다. 몇년전만 해도 교회나 성당에서 식을 올리고 하객들에게 케이터링 음식을 대접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즈음은 거의가 호텔 결혼식이다.
“신문에 결혼당일 비용이 4만달러에서 5만달러나 든데요”라고 내가 얘기하니 한술 더 떠 “그것은 적게 든것 이예요. 그보다 더 들어요 그리고 어디 아이들이 교회나 성당에서 결혼식이나 피로연을 하려고 하나요?”라고 얘기한다.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사는 것이 고달프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이민 1세들은 한국에서 어느 학교를 다녔건 무엇을 하고 살았건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손쉽게 할수 있는 것이 몸으로 때우는 일이다. 이렇게 돈을 벌어 아이들 키우고 결혼을 시키는데 아무리 일생에 한번 있는 결혼식이라지만, 또 본인들이 부모의 도움없이 한다지만 하루 쓰는 경비가 수만달러라니 기가 막힌다. 검소하게 식을 올린 후 그 돈으로 살림 밑천을 삼던지 아니면 수고하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려도 될텐데...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생활수준이 다른 사람끼리 결혼하는 경우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또 하객들에게도 부담을 주게 된다. 결혼식 하객분들에게 음식 대접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결혼식 피로연 비용이 150달러 상당이라면 도대체 얼마의 축의금을 가져가야 하는지 부담스럽다. 결혼식에 참석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갖게된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 축의금이 뭐가 중요해요. 형편 껏 하면 되지요”란 말이 얼마나 애매 모호한가.
세월 따라 세상 따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꼭 화려하고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려야 길이 남는 좋은 추억이 되고 일생의 행복이 보장되는 것일까. 남녀가 서로 믿고 사랑하며 차곡차곡 쌓아가며 사는 삶이 더 예쁘고 값진 삶이 아닐까.
“얘 너는 이 다음에 어디서 결혼식을 할거니?”라고 묻는 나의 말에 “아직 상대도 없는데 그런 걱정을 왜 하세요?” 라고 되묻는 딸을 보고 “나도 걱정도 팔자”란 생각을 하며 웃는다.
박용하/웨스트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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