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의 “절망” <1965.8 .28>을 다시 읽는다.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바람은 딴데서 오고/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시인 김수영은 내게 전후 한국의 모던니스트들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한 지식인중의 한분이다. 그의 시집 “달나라 장난”, “거대한 뿌리” 등을 보물처럼 소중하게 책꽂이에서 꺼내 읽던 옛날 옛적 생각이난다. 이젠 어쩌다 시집들이 끼어있는 책장쪽에 먼지라도 닦아내려 손끝이 닿으면 그의 시를 오래 못본 친한 친구를 프리웨이에서 스친 것처럼 휙 둘러볼뿐-. 그러나 어쩐지 요사이 부쩍 김수영이 너무 보고싶어 책장속에서 불러냈다. 특히 머리속에서 떠돌던 그의 시 “절망”을 다시 읽어본다.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 곰팡이 이니까…”라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곰팡이 곰팡을 반성해서 자신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닐테니까. 곰팡이 자체가 곰팡이임을 반성한다면 더 이상 곰팡이가 아니일터-. 전혀 반성없는, 그리고 한없이 졸렬한 삶의 풍경. 졸렬과 수치도 수치가 수치인 줄 알면 더 이상 졸렬과 수치는 아닐 것이다. 왜 반성을 하지않는 것인가? 왜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고 싶지않아할까? 나의 반성없는, 반성하지 않는 질문이 이어진다.
그런데, ‘바람은 딴 데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온다’의 깨달음은, 나의 이마와 가슴을 서늘하게 식혀주는 신선함이여라. 절망은 끝까지 죽어라하고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지만, 즉 절망 안에서 서성이다 보면 벗어날 길이 없겠지만, 그러나 바람은 딴 데서 온다는 사실. 바람이 아무곳에서도 불어 오지 않는다면?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도 오지 않는다면?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면? 기다림을 포기하게 된다면? 그러나 그것은 자연의 법칙도 운명의 법칙도 아닐 것이다.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더라도 내가 사는 시내 곳곳의 난잡한 간판이 자신의 난잡함을 반성하지 않더라도, 느닷없이 신선한 바람은 딴 데서 불어올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인지 아니면 운명을 극복하고자하는 누군가의 의지가 숨어있다 나타난 것인지는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2005년도 벌써 6월이 성큼 다가온다. 바람은 느닷없이 불어 반성할 수 없는 곰팡이들을 쓸어버리고 나를 정신이 번쩍나게 때릴 것이다. 그것을 위해 내마음을 준비하며 기다린다. 겸손한 마음으로 엎드려서 구원은 예기치 않는 순간에 온다는 그 사실을 시인 김수영처럼 믿는다. 보고싶다. 시인 김수영! 요즘에...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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