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름이 무르익는 7월. 살구가 훔치기 좋을 만큼 익는 때가 되었다. 작가 윌리엄 사로얀이 프레즈노 농촌 지방의 어린 시절을 그린 작품에서 한 표현이다. 모험심과 장난기 넘치는 어린 시절로 단박 돌아가게 하는 그 한마디! 그 멋진 표현을 읽고 나도 살구 훔쳐먹을 이웃 농장이 하나 있었으면 꿈꾼지도 어언 30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이 타오르는 칠월의 태양 아래 달구어지는 여름의 숨결을 이보다 더 낭만적으로 그린 걸 나는 본 적이 없다...
이웃 농장은 없으니 내가 오래 전 심은 살구가 이제 우리집 마당에 무르익어간다. 나는 이맘때면 살구나무를 살펴보며 이따금 한구석에 엉뚱한 꿍심으로 서운해 한다. 이 꿀맛같은 우리 살구를 훔쳐먹을 개구장이 머스마들 너댓 우리 동네에 없을까하고... 그애들이 맨발로 살금살금 다가오면 나는 더 빨리 더 살금살금 도망 가줄텐데... 그러나 아뿔싸! 무르익어가는 살구의 향그러운 냄새에 꼬여 몰려드는 도둑은 들새들과 다람쥐들밖에 없다.
이 고얀 도둑들은 그 달콤새콤 자두가 한 나무 가득해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살구부터 먼저 먹어치우려한다. 그러다보니 해마다 이맘 때면 우리 집엔 살구전쟁이 난다. 먼저 한개라도 더 잘 익은 살구를 차지하려는 이 살구 도둑들과 우리 식구들의 줄다리기다. 매일 같이 나가 살펴보고 내일쯤엔 대충 익겠구나 아니면 모레... 하고 때맞춰 가보면 단 한개도 남지 않고 다 뺐겨버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어느 해 이 살구로 내가 빚은 술을 한국서 오신 오빠가 맛보시고 너무 훌륭해 신선주라 부르던 일 등 우리집 살구나무엔 나의 애착만큼이나 사연이 많다. 올해는 이 살구나무에 색다른 추억이 또하나 더 메달렸다. 홍조를 띈 샛파란 살구들이 데롱데롱 메달린 걸 잘 찍어 그 사진을 지난 달 서울의 오빠께 이멜로 보내드렸더니 한달이 지난 엊그제 문득 답장이 왔다. -그 살구 모습이 하도 시원해 컴퓨터 배경에 깔아놓고 감상했다. 오늘 너에게 편지 쓰다말고 하도 살구생각이 나 시장에 가서 청메실을 한 상자 사와서 메실주를 담았다... 너도 훗날 맛보게 해주마...
아~ 이 무정한 살구들아! 너들은 왜 내 마당에 있느냐. 우리 엄마 오빠 사는 아파트 앞마당에나 있을 것이지. 어제 전화드리니 서울의 엄마도 자두랑 살구가 잘 익느냐고 물으셨다. 네, 잘 익어가지요 대답하며 나는 목이 메었다. 잠시 둘 다 말이 없었다. 똑 같은 생각으로... 엄마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고향 떠난 사람은 살구 하나 탐스럽게 먹기도 예사롭지 않담. 해마다 그렇게 달콤하기만 하던 살구 익을 무렵의 추억이 오늘은 내 가슴을 태운다...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1. 댓글 삭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타인에 대한 욕설 또는 비방
인신공격 또는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또는 사생활 침해
음란성 내용 또는 음란물 링크
상업적 광고 또는 사이트/홈피 홍보
불법정보 유출
같은 내용의 반복 (도배)
지역감정 조장
폭력 또는 사행심 조장
신고가 3번 이상 접수될 경우
기타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내용
2. 권한 제한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