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이다. MBA 과정이 아니고 학부 회계학 과목이었다. 그전에 법인들에서 사람 뽑으러 나온 이들마다 교육을 좀 더 실전(실무) 중심으로 해주었으면 해서 우리가 과목마다 좀 더 실무 중심으로 가르치려 애쓸 때였다.
배경과 개념적인 면보다 실무규정 중심으로 한 학기를 가르치고 나서 그 다음해에 실무규정이 약 절반가량 바뀌어 버렸을 때 느낀 심정은 참담했다. 그해 졸업생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규정을 적용할 때 자기의 기본적인 회계정보의 사명감에 대한 눈으로 그 규정을 비판적으로 보고 실제 규정적용에서 무리가 없이 기본 목적에 얼마나 가까이 가는가 생각하고 일해야 할 미래의 CPA들에게 규정중심으로 가르친 다음엔 허탈한 마음이 앞선다.
근래 미국대학생들의 단과대학 선정에서 눈에 띄는 경향은, 물론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문리대쪽이 숫자가 적지만, 경영대학 같은 직업을 염두에 둔 계열보다는 문리대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전보다는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사실 영국식의 실무인력 양성과정에서는 일반적인 문과과목을 잘 이수하고 기본소양이 잘되어있는 이들을 뽑아서 연수과정에서 경영과 회계실무를 가르치는 것이 체계화가 되어있다. 일단 기본소양이 구비된 일반졸업생들에게 경영과 회계를 가르치는 것은 쉽다. 그리고 필자의 생각으로는 경영과 회계분야에서는 천재가 필요가 없고 인간의 기본양식이 갖추어져 있으면서 적당한 지능과 원만한 성품과 인격을 겸비한 이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실무와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고 이러한 덕목들이 의사결정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국내의 대학교육에 불만이 많아서 비판을 하게 되고 언론에서도 대학교육을 좀 옳게 하라는 식으로 “대학 때리기”가 본국에서 한창인 모양이다. 좀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본국에서의 대학교육 비판에 대해서 대학 쪽에서는 무척 약해져있는 듯하고 그 모습이 좀 안쓰럽다. 대학에서 대체 무엇을 가르치느냐? 신입사원들을 뽑고 보니 갖춘 지식과 기술이 기업에 필요한 수준에 너무나 못 미친다, 대학교육과정을 개선해야한다 - 이러한 비판에 대학들에서는 대학이 어디 실무교육 서비스와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나 키우는 제조공장인 줄 아느냐. 사회풍토가 이러하니 한국의 기초과학과 인문학분야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된 게 아니냐고 반박한다.
복잡한 본국의 사정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어느 쪽을 편들기가 힘들다. 양쪽의 논리가 다 옳고 또 그들의 좌절감을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그 논리를 부정하기 힘들다. 얼마나 문제 많은 교육 시스팀인가. 국가전체가 나서서도 치유하지 못하는 거의 파산한 교육제도 아닌가. 그것이 어디 어느 한 분야에서 책임질 일인가. 사회전체가 문제의 한 부분씩을 각각 야기한 것 아닌가.
그러나 우리는 이만큼은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들이 졸업생들을 신입사원으로 뽑아서 실무교육을 시킬 때 너무 기본 소양이 없어서 실무교육을 시킬 수 없을 정도이면 대학이, 아니면 교육과정 전체가 책임 질 일이다. 그러나 짧은 기간의 실무교육기간도 아까워서 대학에서 졸업 후 금방 실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교육을 주문한다면 그건 억지에 가깝다. 대학에서는 근본소양을 가르치고 생각의 틀을 키워주고 인간의 깊이를 이해하는데 더 중요성을 두어야한다. 그것은 기업에서 가르칠 시간도 여유도 없는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 종 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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