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었다. 우리집 꽃밭에 내손으로 심은 씨앗으로 봉숭아 꽃이 난생 처음 피었기 때문이다. 한국을 떠난지 몇 십년간 단 한번도,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는 봉숭아가 그것도 이역만리 미국땅에 피었다.
지난 몇달 동안 이날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행여나 잘못될라 햇볕 바른곳에 그늘에 좋은 흙을 채워다 심고는 몇톨 안되는 씨를 기어히 피우리란 마음으로 여름이 언제 오나 매일 새싹을 들여다보고...
봉숭아 이름만 들어도 그립고 그리운 어린 시절의 꽃이고 이름이다. 한여름 얼마나 많은 날을 그앞에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보며 몇닢 따다가 친한 동무랑 콩콩 찍는다 서로 실로 동여 메어준다 하며 그 어린 마음을 온통 쏟던 추억의 꽃인가. 밤이면 행여 꽃뭉치가 손가락에서 빠질라 새우잠을 자고, 손톱뿐 아니라 손가락이 온통 물들어도 예쁘기만 하던 봉숭아 물들이기의 꿈같은 추억, 그 여름, 그 동무들...
그 모두가 흘러갔어도 오늘 봉숭아는 다시 피었다. 오늘은 틀림없이 필거야하고 아침 일찌기 꽃밭에 나가보니 아! 봉숭아가 그리도 곱고 맵씨있는 꽃인 줄이야. 일요일 반나절을 끼니도 거른채 여기저기 들여다보며 아이같이 들떠 보냈다. 주홍색인줄만 알았는데 고운 연분홍, 연자주, 진분홍 등도 나를 놀래 주었다.
나는 이 봉숭아가 그리워 지난 10여 년간 수소문을 했지만 실패했다. 씨의 총본부라는 서울 종로 5가의 각종 종묘원에서도 봉숭아 씨를 누가 찾나요 했다. 그러다 지난 봄 이 귀한 씨앗을 서울의 한 친구가 우연한 기회에 구하여 보내주었다.
이 봉숭아 꽃들을 들여다보자니 너무나 행복한 마음이 넘친다. 그 옛날을 이렇게 애틋하게 그리워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이 있는 것, 그런 마음의 여유가 내게 있는 것, 그 씨앗을 보고 나만큼이나 기뻐하며 보내준 친구가 있는 것, 그 씨앗을 곱게 잘 키울 한줌 땅이 있는 것 등 모두 축복이며 행복이다.
이 세상은 불행하게 보면 한이 없다. 날마다 무고한 사람들이 생죽음을 당하고 사람들은 세상이 어디로 가나고 한탄한다. 그러나 모든 삶의 불행, 고통, 갈등에서 오늘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욕심에서 벗어난 작은 기쁨, 내손으로 꽃 한송이를 피우는 기쁨, 햇볕, 물, 공기, 마음 등 그 생명이 있게하는 모든 크고 작은 것의 축복이다. 삶이 어려울수록 이런 작은 땅의 숨결을 느끼고, 기쁨을 심어야 한다. 나는 오늘 그 기쁨을 맛볼 수 있게하는 모든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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