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폰태나에서 69세의 할아버지가 82세의 치매환자인 안사돈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보도되자 주위에서 저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가슴 아파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사망한 상태에서 정확한 진상을 알기는 어렵지만, 정황으로 볼 때 치매 시어머니 때문에 고생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인성 치매, 즉 알츠하이머가 무서운 이유는 누구도 ‘안 걸린다’고 장담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혈압, 당뇨병, 암 등 다른 질병들은 대개 발병 위험 요인들이 나와 있어서 예방 노력이 가능하지만 알츠하이머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퍼즐도 하고, 새로운 취미생활도 하면서 뇌신경을 자극하라고는 하지만, 평소 머리 많이 쓰며 살던 사회 저명인사들이 알츠하이머로 만신창이가 된 케이스가 부지기수이다. 병은 학력, 경제력, 사회적 지위 …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공격한다.
그렇게 한번 걸리면 치료 방법이 없고, 환자의 인격과 품위를 땅바닥까지 끌어내리고도 모자라 가족들과의 관계를 거의 원수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나서야 환자의 생명을 거둬 가니 이만큼 끔찍한 병도 드물다.
그래서 치매를 오래 앓던 부모가 돌아가시면 자녀들은 ‘슬픔’ 보다 ‘안도’에 잠기는 것이 불행한 현실. 환자가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를 폭탄 같아서 가족들이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살기 때문이다.
치매 노인이 개스 불을 켠후 끄는 것을 잊어버려 집을 다 태울 뻔하고, 샤워 물을 잠그지 않아 집안에 홍수가 나며, 잠시 한눈 판 사이 밖으로 나가 집을 잃어버리는 일들을 환자 가족들은 수도 없이 겪어야 한다.
환자의 정서적 불안정 역시 가족들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 ‘나를 미워해 밥도 안준다’‘내 것을 훔쳐갔다’며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고 서운해하는 것은 발병 초기의 일반적 증상이다. 시어머니의 병간호를 했던 40대의 한 주부는 가족들의 오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시누이들이 집에 오기만 하면 며느리가 당신을 구박한다고 하소연을 하시더군요. 물론 사실이 아니지요. 시누이들은 드러내놓고 섭섭해하는데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를 않아요”
배우자나 자녀도 못 알아보면서도 기운은 넘치는 것이 이 병의 또 다른 이상한 측면. 기물을 부수며 난폭해지면 가족들이 여럿이 붙어도 감당을 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미국에는 치매 노인들을 돌봐줄 복지 기관이 있다. 하지만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에는 혜택을 받을 수가 없어 이번과 같은 사건이 터졌다. 커뮤니티 차원에서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방안을 모색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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