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햇볕이 타는 듯 따가와지니 이제 텃밭에 하아얀 부추꽃이 핀다. 이 삼복 더위가 오면 부추는 아무리 물을 잘 주어도 행여 내일 말라 죽을세라 아무리 잘라줘도 금새 다시 꽃대를 올린다. 부추꽃이 만발하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오랜 예전의 한여름 방학시절의 부추밭이 아련히 생각난다.
내가 서울에서 대학 2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나는 시골 이모님의 초대로 한 여름을 시골에서 보냈다. 그 심심한 시골에서 한여름 내내라니… 2주일도 못되어 돌아오리라는 서울 친구들은 못들은 척 나는 널찍하고 창문이 많은 집, 운동장같은 마당과 밭, 줄을 선 고목과 별채까지 달린 이모님 농장을 생각하며 나는 즐거히 경부선 기차를 타고 길을 떠났다. 그리고 내 생애에 잊을 수 없는 시골 여름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시골은 언제나 처럼 살아있었다. 아침마다 마루턱에 앉아 밭너머로 달려가는 기차에 손을 흔들고, 낮에는 일을 재미삼아 거들고, 서늘한 저녁이면 고목나무 밑에 앉아 끝없이 달콤한 여름의 공상에 잠기고 밤에는 모기장속에서 독서 삼매경을 헤메고… 그 중에서도 제일 관심을 끈게 마당 뒤 널찍한 부추밭이었다. 아침마다 햇볕에 빛나는 푸른 부추밭에 농부 여인네들이 와서 부추를 베어갔다. 장에 갖다가 파는 모양이었다. 매일 베고 또 베어도 언제나 푸르고 싱싱하여 신기하던 그 부추밭... 나는 먼 세월후 미국에서도 그 부추밭을 가꾼다…
읍내에 장이 서는 날은 십리 길을 일부러 걸어서 갔다. 뽀오얗게 먼지 덮힌 시골 길, 그 고적함, 시골장의 아기자기함 - 모두가 꿈같았다. 어느 날은 꽃 상여 행렬이 집앞을 지나갔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나와 눈물을 흘렸다. 나도 모르게 같이 길가에 서서 눈물을 훔쳤다. 이름도 모르는 한 시골사람을 위해… 그 상여가 어찌도 아름다운지 죽음도 슬픔도 아름다와 보였다.
여름이 다 갈 무렵 나는 남해의 여인숙 하나 없는 이름모를 바닷가의 시골집에 방을 하나 얻어놓고 밤새 바닷가 모래사장에 누워 파도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을 보았다. 그때 본 칠흑의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은 아직도 내 가슴에 빛난다…
나는 이 행복한 여름의 추억을 품고 살며 두고두고 이모님과 엄마의 배려에 감사했다. 입시공부와 도시생활에 지친 한 고독한 아이에게 그 시골의 여름을 선물로 줄 것을 그들이 어찌 생각하셨을까. 나는 지금도 서울에 가면 그 이모님을 찾아뵙고 큰 절을 올린다.
아이는 어느새 부모가 되었다. 나는 언제나 주위의 아이들에게 그 이모님, 그 엄마가 되려고 애쓴다. 사노라면 우리 주위엔 조그만 마음 씀씀이 하나로 누군가에 생애 최고의 선물을 줄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요즘 아이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건 값비싼 명품이 아니라 사랑과 이해가 담긴, 일생을 간직하는 그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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