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연<한국학교 교사>
이 곳에 처음 창이 생길 즈음, 밖에서만 바라보던 창은 너무 높았고, 너무 멀었다. 그래서 이 창은 나에게 설계도 안에 자리 잡힌 창에 불과 했다.
십년 전, 고 최덕천님께서 발뒤꿈치를 들고 바라 다 보던 이 창으로 나를 인도하면서 이 곳의 창이 설계도면에 그려진 창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1995년 8월 5일, 직접 들어와 만나 본 창안 사람들은 남편과 동등하게 하루 8시간 이상 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동동거리고, 보다 좋은 학교, 이름 있는 학교 보내려고 아등바등 거리고, Tax철이 돌아오면 걱정하고, 여유 시간마저도 다른 사람을 위해 돌리는 그런 엄마, 아줌마 나와 비슷한 여인네였다.
처음 이 창 앞에 설 때는 이 창을 통해 나를 보여주고 싶었고, 누군가 나를 올려 바라봐 주길 원했고, 내 이름 석자 들으면 와∼ 감탄해 주었으면 하면서 얻을 것들을 계산했었다. 그런데, 반년동안 문을 열다보니 뜻밖의 것들이 나에게 보였다. 투명한 창에 비춰진 안개에 싸인 듯, 촛점이 어디인지 알듯, 말듯, 이런 내가 신비한 여자, 미나리처럼 풋풋한 여자인줄 알았는데 창 앞에 설수록 그것은 가면이고, 변장술이고, 위선이었다,
그 후, 반쯤 열다만 창을 볼 적마다, 언제가 다시 끝까지 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아쉬움으로 보낸 십년,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이곳의 창을 더욱 낮고, 가깝고, 크고 빛나게 해주었고, 이 창을 통한 여인들의 마음에 동감하게 해주었고 때론 대변도 해 주었다.
2005년 8월, 기회가 왔다.
열다만 창을 다시 열 기회가 왔다.
가면을 벗고, 위선에서 벗어나 깨끗한 창을 통해 나를 다시 보고 싶다.
나의 허황된 유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창을 통과한 여인의 마음이 엄마로서, 동네 아줌마로서, 직장인으로서, 교사로서 모든 이들의 생활 속에 기쁨이 되고, 웃음을 주고, 콧등 찐하도록 감동을 줄 수 있게 창을 열고 싶다. 끝까지 탁 탁 밀어 활짝 연 창을 통해 누구나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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