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자<주부>
어머니, 이이가 저녁 식사 때 콩나물 국 끓이니까, 안 아픈데 왜 콩나물국이냐고 먹지 않으려고 했어요
<감기 몸살 때면 으례 먹었던 국이니 그랬겠구나.> 속으로 웃고 있는데,
엄마, 그런데 먹어 보니까 엄마가 끓여 주던 것 보다 수지가 끓인 콩나물국이 더 맛있었어 알콩달콩 신혼재미에 푹 빠진 아들 녀석의 넉살에 속 좁은 시어미는
그래? 나는 건강에 좋으라고 미원(화학조미료)을 넣지 않았거든 이에 순진한 며느리 왈
다시다만 조금 넣었는데요
그것 봐라. 다시다도 미원이 많이 포함돼 있어서 맛을 내는 거야 아주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란 며느리가 유창한 한국말은 물론이고 한국음식도 만들 수 있다는 게 대견하기만 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여기로 온 두 아들들은 이곳 생활에 적응이 매우 빨랐다. 20여년 전만해도 패스트푸드가 건강을 해친다고 크게 광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값도 싸고 손쉽게 한 끼가 해결되는 그 음식을 즐겨 먹었고, 심지어는 저녁 식사로 주문 배달된 피자가 남으면 다음날 아침식사에 점심까지 무려 세끼를 먹으면서도 싫증내지 않았다. 짜고 매운 한국음식을 멀리하고 치즈가 듬뿍 든 음식이나 소다 등 달콤한 맛에 익숙하던 아이들이 겨울철 감기라도 걸리게 되면 나는 콩나물국을 끓여 주었다.
마늘을 넉넉히 넣고 소금 간 하여 푹 끓인 콩나물국에 잘 익은 배추김치를 섞어서 먹게 하고, 감기약을 복용시킨 후, 자고 나면 다음날엔 낫곤 했다. 아들들은 감기기가 있으면 으레 콩나물국을 찾았고 그것이 우리 집의 감기 치료제가 돼버렸다.
그렇게 패스트푸드를 즐기던 아이들도 하이 스쿨에 가면서는 차츰 그런 음식을 줄이더니 자주 한국음식을 먹게 되었는데, 피곤하다는 이유로 김치와 불고기 아니면 생선 등 두 가지 정도로만 차려주면 큰아이가 불평을 한다. 엄마가 하는 한국음식은 항상 고기와 김치, 아니면 생선에 김치뿐이냐고. 한국에 살 때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콩자반이나 멸치 볶음도 없고 계란찜도 못하느냐고. 그러던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밤 근무를 하게 되었고 한집에 살면서도 얼굴 대할 시간이 없이 교대되었다.
<여기 네가 좋아하는 찐 고구마 있다. 고구마는 김치와 먹어야 제 맛이 난단다. 냉장고 안에 김치 썰어 놓았음> <오늘의 메뉴. 두부조림. 순두부찌개. 두부는 밭에서 나는 고기란다. 많이 먹고 건강해라>. 이렇게 쪽지로 대화하던 생활도 즐겁게 지나갔고, 지금 그 아들은 결혼하여 아름다운 가정을 이끌며 착실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그 어린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식구가 다 함께 콩나물국을 먹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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