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래현<성악가>
바다위에 떠 있는 작은 도시가 서서히 움직인다. 상상과 기대 속에서 맞는 크루즈 첫 날의 스케쥴을 손에 잡았다. 배 안에만 있으면 답답할 거라는 선입관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우선 먹거리가 풍성하다. 볼거리 또한 많아서 시간에 짜여진 모든 행사를 찾아 다니려면 부지런 해야 한다. 문화, 예술, 음악, 오락,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즐길수가 있다. 크루즈 여행의 베네핏을 알뜰히 이용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눈을 떠보니 멕시코 엔세네다에 도착했다. 팜플렛을 봐도 특별한 관광 명소가 눈에 띄질 않았다. 다운타운 이라고 하길래 가 보았다. 내가 살았던 세계적인 관광지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에 감히 비교가 안된다. 허름하고 낮은 건물들, 조그만 상점들, 이른 아침부터 큰 손님을 기대하고 열심으로 호객한다. 그런데 길 거리에 왠 어린아이들이 행상을 하는지....대부분 엄마들이 아이들을 3-4명씩은 데리고 땅에 앉아있다. 수유를 하면서 구걸 행위를 하기도 하고, 어린 소녀,소년 들은 껌,사탕,또는 뱀 장식등을 사라고 내 곁을 따라 다닌다. 그 맑은 눈동자에는 우수와 가난과 배고픔이 있었다. 그들과 마주 칠 때마다 나는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1달러씩이라도 주고 싶은데(워낙 길거리에 아이 들이 많음), 남편이 말린다. 저 아이들이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구나...배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내 눈에 눈물이 고인다.
만찬에 맞는 드레스를 입고 목걸이를 하고 화장도 조금 더 진하게, 마음껏 멋을 낸다. 실내악 앙상블 연주도 있다. 디스코 텍엘 가 보았다. 우린 춤을 추지는 않았지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Art Gallery 에 오라고 초대권이 왔다. 가보니 Art Auction 을 하는 것이다. 아주 훌륭한 작품들을 관람 할수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다.
토요일 낮에는 수영장에서 가장 섹시한 다리 컴피티션이 있었다. 각 국을 대표하는 몸짱, 얼짱은 다 모인것 같았다. 이 대회는 남자들만 출전 하는데 심사위원은 여성들이다. 수영복을 입은 남자들이 심사위원 앞으로 와서 갖은 애교와 근육질로 유혹한다. 할머니 심사위원은 남성의 다리를 만지고 같이 춤을 춘다. 모두가 박장대소 하고 야유가 터져 나온다. 나도 남편도 너무 웃어서 허리가 결릴 정도다. 내가 좋아하는 추억의 팝송 Bee Gees 의 Stayin’ Alive 와 How Deep Is Your Love가 나온다.
일상의 일들을 잠시 접고 쉰 다는것이 내겐 큰 활력소가 되었다. 나는 받은 축복이 너무 많았다. 짧은 여행동안 많은것을 생각하며 감사 하게 되었다. 나누고, 섬기며 살리라. 축복의 통로로 살리라… 사랑스런 자녀들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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