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고려
한인들 늘어
회계사 Y(34)씨는 취업이민 3순위 수속이 5년 가까이 후퇴했다는 소식에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한인타운에서 4년째 일하는 그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PERM이 노동허가신청 기간을 단축시켜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미뤄왔던 노동허가 신청을 지난 달 마친 상태였다. Y씨는 “희망을 걸어왔던 PERM이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됐다”며 한국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무부가 12일 취업 이민 3순위 수속의 우선 일자를 2001년 3월(노동허가 신청일 기준)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10월 영주권 문호를 발표하자 전문직 취업 비자 등으로 영주권 신청을 꿈꿔왔던 한인 회사원들이 당황하고 있다. 특히 PERM을 통해 노동허가 신청이 빨라지면 취업 이민 수속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유학을 마치고 미국 체류의 방편으로 삼았던 취업 이민의 문호가 꽉 막히자 한국행을 고려하는 한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H1B 취업비자로 한인타운에서 일하는 K(36)씨는 “영주권과 관련한 악재가 연이어 들려와 이제 직장 동료들도 큰 기대를 안 하는 눈치”라며 “미국에 머무를 수 없으면 한국으로 귀국해야 하지 않겠냐”며 오히려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또 승인 기간이 오래 걸리는 기존 노동허가를 신청했다가 PERM 신청이 등장하면서 편법으로 이중 신청을 한 한인들은 생돈을 날릴 처지에 몰려 울상을 짓고 있다. 한인타운의 이민변호사 사무실의 한 관계자는 “이제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취업 이민을 준비중이던 H씨(여·29)는 “독수리(시민권자)라도 만나기 전에는 체류신분을 유지해 영주권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국무부의 이번 결정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고교생 자녀를 두고 있는 PERM 신청자다. 취업 이민 수속이 늦어지면 자녀들이 21세를 넘겨 부모와 함께 영주권을 받지 못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19세 딸을 두고 있는 한 회계사는 PERM으로 영주권을 빨리 받아 자녀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덜 수 있으리란 기대를 했으나 이젠 외국인으로 남을 자녀의 취업 걱정까지 해야 될 지경이다.
이민 관련 사이트에도 불안과 걱정을 머금은 한인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US-lawoffice.com에는 노동허가 신청 접수를 2002년 8월에 한 한인이 ‘언제 I-485를 넣을 수 있느냐’며 ‘이민국에 의해 추방을 당할 가능성은 없냐’며 막연한 초조감을 내비쳤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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