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L 예약 시스템 닫아... ‘불공정 거래 행위’
▶ 총영사관, ‘조사 후 본국 보고사안’
시애틀서는 아시아나가 KAL 견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간의 시카고 하늘을 둘러싼 항공권 판매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공정 거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카고-인천 직항노선을 한국 국적 항공사로는 독점 운항해왔던 대한항공이 후발 주자인 아시아나항공의 판매망 개척을 부당하게 견제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기존에 대리점 계약을 체결해 왔던 여행사들이 아시아나항공과도 대리점 계약을 맺으려 할 경우 항공권 판매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제는 양 항공사와 동시에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여행사가 자사 항공권 예약 시스템을 사용 못하도록 아예 차단해 버려서 물의를 빚고 있다.
시카고 여행사업체들은 대한항공과 정당하게 대리점 계약을 맺은 여행사가 UA나 JAL 같은 외국 항공사와 계약하는 것은 문제삼지 않으면서 단지 아시아나항공과 판매 계약을 맺는다고 표를 못 팔게 예약 시스템을 닫아버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자유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땅에 와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수준을 넘어 법에 위반된다는 정서가 시카고 여행업계에 팽배하다. 하지만 소규모 여행사가 사회 정의와 경제 질서를 위해 대기업을 상대로 사재를 털어 소송을 벌이는 것이 쉽지 않기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이형근 시카고 판매소장은 여행사에 예약시스템을 열어주는데 드는 비용보다 판매 실적이 저조할 경우 항공사로서는 임의대로 막아버릴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장종훈 시카고 지점장은 항공사가 세이버나 아폴로 같은 예약시스템 운영 회사에 여행사 번호만 넘겨주고 열어 달라거나 닫아 달라고 이메일만 보내면 되지 비용이 드는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여행사측에서도 이제까지 국적 항공사라고 대한항공의 표를 열심히 팔아줬는데 다른 항공사가 들어왔다고 공정한 경쟁을 하지는 못할 망정 계약에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이유로 표를 못 끊게 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처사라고 답변했다.
아시아나 측은 이는 있을 수 없는 불공정 행위이고, 여행사가 고소를 하면 항공사가 100% 책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수십년 전에나 있을 수 있는 안 좋은 행동으로서 그 피해를 여행사 업계가 받고 있고 결국은 그 부담이 동포들에게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독점운항하고 있다가 대한항공이 진출한 시애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곳에서는 아시아나가 대한항공의 대리점 계약을 부당하게 훼방하고 있는 것. 시애틀의 한 여행사 대표는 현지 여행사들은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표를 자유롭게 판매하고 싶지만 아시아나가 판매 수수료를 차등 지급해, 결국 한 곳을 제외하고는 대한항공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대기업체가 미국 땅에서 소규모 여행사업체를 상대로 경쟁사 항공권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제 오늘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998년에 아시아나가 LA나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는 시카고 노선을 처음 띄웠을 때에도 당시 대한항공 전병기 시카고 지점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와 새로운 딜러십을 가졌다고 해서 어떠한 불이익을 주거나 제재조치를 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라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에게는 자사 항공권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통해 심한 견제를 해서 대부분 굴복했었다고 여러 여행사 대표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7년 전의 일이 지금 똑같이 반복되며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자, 비록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양 항공사 모두 한국 본사의 지휘 체계에 속해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욱 시카고 총영사는 일단은 자세한 상황을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 항공사간의 공정거래는 건설교통부가 관할하고 있지만 시카고에서 벌어지는 양 항공사의 영업활동을 파악하고 고국에 보고하는 일은 총영사관에서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양 항공사들이 시카고와 시애틀에서 벌이고 있는 부당한 영업정책을 자발적으로 철회하고, 여행사들이 LA나 뉴욕처럼 자유롭게 표를 판매하게 하면서 서비스와 가격을 통해 공정하게 경쟁하는 체제로 들어가는 것이다.
시카고의 한 여행사 대표도 대한항공에서도 기존 시장을 보존하려고 하다보니까 그러는 것 같지만 여행사들도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던 대한항공과 계속해서 딜러십을 유지하면서 아시아나의 항공권도 자유롭게 판매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자 이것이야말로 동포사회의 발전과 이익에 부합하는 일 아니겠냐며 대한항공의 판매정책이 바뀌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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