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공예가>
무더운 여름이 끝나갈 무렵부터는 비가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긴 비가 내리는 겨울이 끝날 무렵부터는 파란 하늘과 밝은 햇살을 기다린다. 나는 지금 봄을 기다리고 있다 .
나에게 제일 먼저 봄을 느끼게 하는 것은 우리집 뒷뜰 한 구석에 있는 나무에서 지금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을 하얀 꽃이다. 비 오는 날 보다 해가 나는 날이 많아지고 햇살이 참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날 , 문득 밖을 보면 어느 새 나무 한 가득 하얀 꽃을 피우고 나 좀 봐 달라고 춤을 추고 있다. 미안해 하면서 한 가지만 꺾어와 식탁위에 꽂아두면, 봄의 손을 잡고 우리집 식탁에 초대한 듯 하루종일 눈길이 그리로 간다.
아쉽게도 그 꽃은 수명이 한달도 채 못 된다. 어느 날 활짝 피었다가 초봄이 끝날 무렵, 이제 끝나가는 우기가 아쉽다는 듯 밤 새 비가 심술을 부리고 난 아침이면 , 나무위에서 화려하게 뽐내던 흰 꽃들은 어느 덧 마당으로 내려 앉아 지난 밤의 비에 대한 원망을 속삭이고 있다. 하지만 흰 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벌써 파란 싹이 돋아나고, 나무주위에는 노란 색, 빨간 색 꽃들이 봄이 온통 우리 주위에 있음을 알린다.
그 흰 꽃나무는 여름이 되면서 파란색 열매가 맺는다. 앵두보다는 크고 자두 보다는 작은 그런 크기의 열매가 열리는 데, 신기하게도 그 나무는 여름 내내 뜨거운 햇볕을 받으면서 나뭇잎도 열매도 파란 색을 점점 빨강색으로 바꾸어 간다 .
그 과일이 다 익었는지는 소란스러운 새들의 몸싸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즈음이면 여름 방학이 끝나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고 비로소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된다.
열매가 먼저 떨어지고 그 창창 하던 나뭇잎도 비가 시작되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눈이 오지 않는 이 곳에서는 앙상한 가지에서 겨울을 느낀다.
요즘 길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 흐드러지에 피어있는 목련꽃들을 볼 수 있다. 오늘 햇살은 따뜻한데 봄 바람이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자세히 보면 파란 싹을 삐죽 미리 내밀고 있는 성급한 나무도 제법 있다 . 지금 쯤이면 우리 뒷 뜰의 흰 꽃나무도 땅 속의 봄꽃씨들도 고개를 내밀고 나오기 위해 무척이나 바쁘겠지. 나무에서 땅 속에서 바쁘게 준비하고 있을 고것들을 생각하니 온 세상이 바쁜 것 같고 시끄러운 것도 같다 . 왠지 나도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쭉 펴고 기지개라도 한번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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