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선<자영업>
종일토록 비가 내리더니 아이들을 데리러 길을 나설 즈음엔 폭우로 변해 있었다. 프리웨이로 진입하니 이미 도로는 여기저기 물에 차있었고… 조심스레 운전을 하여도 옆차들로 인해 몇번이나 물로 뒤집어 썼다. 마치 순식간에 덮치는 파도와 같다고나 할까? 앞이 하나도 안보이는 상태에서 내가 할수 있는 건 운전대를 꽉잡는 것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며칠전 딸아이와 가졌던 작은 언쟁이 생각났다.
딸은 이제 막 운전면허증을 가진 왕초보 운전자이다. 한번만에 통과된 덕에 엄마의 수고를 많이 덜어 준 효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기분이 식기도 전, 이제부터 혼자 운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아이와 선뜻 차키를 주지 못하는 엄마가 정면충돌(?) 한 것이었다. 결국, 혼자서 레슨을 받으러 가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고 차에 올라탔다.
집 골목을 벗어나 큰길에 이르자 아이는 left turn이지? 하며 물어왔다. 물론 확인하는 차원이겠지만 난 침묵하였다. 몇번의 질문에도 또다시 침묵… 아이는 입을 씰룩이는 것 같더니 목적지를 향해 잘 가고 있었다. 이제부터 안심이다 싶었는데 그때부터 아이가 당황하는 것 같았다. 오다보면 알수 있겠지 생각했던 길이 혼동이 되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혼자였으면 한참을 헤매였을 아이와 목적지까지 무사히 왔지만 이제부터 운전하고 싶어 안달이 날텐데 어떻게 저지시키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 폭우 속에서 딸아이가 운전석에 있다면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든 것이었다. 말 그대로 실제상황이다. 아이에게 주어진 환경이 맑은 날씨거나 좋은 도로 상황일 순 없지 않는가? 아이들을 pick-up 하여 집에 도착하자 마자, 아르바이트가 있어 바로 집을 나서야 되는 딸아이에게 차키를 건네 주었다. 오히려 의아해 하는 것은 아이였다. 엄마가 왠일이냐고… 캄캄한 귀가시간, 비오는 도로, 내가 생각해도 조금 무리다 싶었지만, 이제 운전은 실전이 된 이상 마음을 굳게 먹었다.
저녁에 남편이 귀가 하였다. 그러자 뒤이어서 딸아이도 도착을 하였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를 껴안고 잠시 가만히 있었다. 이 껴안음의 의미를 딸은 알 것이다. 이런 우리의 모습에 궁금해 하는 남편의 시선을 느꼈지만 비밀을 공유한 딸아이와 나는 마주보며 웃었다. 비록 잠시동안만의 비밀일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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