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좁은데 할일은 태산
종파통합·치안안정·경제재건 첩첩산중
총선 과반 실패·수니파 반발 발목 잡아
이라크 주권정부의 총리로 사실상 결정된 이브라힘 알 자파리(59)가 이라크 재건을 위한 대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
치안과 경제 재건이란 두 마리 토끼가 자파리 가 잡아내야 할 목표지만 그를 둘러싼 정치구조를 감안하면 관철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전체 275석 가운데 128석을 얻어 다수당이 되면서 차기 총리를 지명하게 된 통합이라크연맹(UIA)의 정파별 의석과 이번 총리 인선 과정은 그가 처한 정치적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파별 의석을 보면 UIA를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가 30석, 이라크 급진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측이 30석, 알 자파리가 소속된 다와당이 25석이고 나머지 43석을 비주류 정파가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SCIRI가 총리로 압둘 마흐디 부통령을 지지해 의석수에서 기반이 가장 약했던 알 자파리는 탈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아파 급진 지도자 알 사드르측이 지지하면서 극적인 한 표차 승리를 하게 됐다.
그 동안 미군철수를 주장하며 두 차례 미군과 무력 충돌까지 했던 알 사드르가 사실상 킹 메이커 역할을 한 셈이다. 알 사드르는 현 과도정부에서 3명인 자파 장관 자리를 5개로 늘려줄 것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는 등 벌써부터 당내 이권다툼이 벌어질 조짐이다.
UIA 내부의 좁은 입지뿐 아니라 이라크 의회에 진출한 어떤 정파ㆍ종파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알 자파리의 문제거리다.
총선에서 UIA 다음으로 많은 55석을 차지한 수니파는 그가 지난해 수니파 재소자 인권유린을 방치한 살인자라고 비난해 그의 총리 인준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53석을 차지한 쿠르드족도 알 자파리가 권력 독점적인 경향이 있다며 동조 세력인 친미성향의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에게 요직을 주지 않을 경우 연정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다 알 자파리 자신도 친이란계로 분류돼 미국과의 불협화음이 우려된다.
알 자파라는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에서 태어나 모술대를 졸업한 뒤 의사를 하다 다와당 입당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사담 후세인 집권 후 20여년동안 이란과 영국에서 반체제 활동을 해오다 후세인 몰락 후 귀국해 승승장구 하고 있는 그가 어떻게 난관을 헤쳐갈지 주목된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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