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호세의 김정수씨는 한국과 미국을 돌아다니며 금연학교와 건강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건강한 삶을 전도하려는 사명감 하나로 순전히 자비 들여 봉사해온 지가 벌써 십수년인데, 얼마전 그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대표적인 장소가 교회라, 교회에서 금연학교를 열어보려고 수많은 교회들에 편지를 보내봤지만 단 한군데서도 허락은커녕 응답조차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교회가 술 담배에 대해 민감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이해하지만, 장소만 빌려 달래도 도무지 반응이 없습니다. 교인 중에도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텐데요”
신앙이 매우 좋은 지인 한 사람은 아들이 틴에이저에 접어들면서 담배를 피우자 크게 놀라고 실망하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고 실망했던 것은 목사와 교우들의 반응이었다.
“목사님부터 우리 아이를 왕따 시키더군요. 자기 아들이 혹시라도 따라 할까봐 그런거지요. 어린 시절부터 다같이 친하게 지내온 아이들이었는데 얼마나 섭섭하던지 아들도, 저희 부부도 크게 상처받았습니다” 그 일로 그 가족은 교회를 옮겼다.
얼마전 한 교회에서 여자 교인이 담배를 피운 일로 사람들 사이에 말이 있었다. 술 담배 하는 것을 죄악시하는 한국 교회에서 여자가 담배를 피웠다니 손가락질 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여성은 내가 알기로 평소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좋은 크리스천이다. 그가 단지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담배는 안 하지만 탈세하고 사기치는 교인보다 나쁜 신앙인일까?
담배 피우는 사람이 처음 기독교 신앙을 갖게되면 제일 먼저 이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교회들이 술 담배를 ‘사탄의 행위’라며 죄악시하기 때문에 많은 초신자들이 죄의식을 안고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주초를 금지하게된 배경은 처음 개신교를 전파한 선교사들이 청교도적 경건주의자들이었고, 농한기면 음주, 끽연, 노름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는 농민들을 새사람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절제운동을 벌인 것이 교회의 규율로 굳어졌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있다. 사실 그것은 좋은 운동이었고 많은 신자들이 이를 통해 건실해져 교회가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좋은 전통은 지키는 것이 좋다. 꼭 규율이나 전통이어서라기보다 성경도 술 취하지 말라고 금하고 있고, 성도의 몸은 성전이므로 성결하게 지킬 것을 권하고 있으므로 개인의 경건생활을 위해서도 금주금연은 중요한 일이다.
게다가 음주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담배의 경우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의 건강까지 해치게되고, 술 역시 지나치면 몸에 해로울 뿐 아니라 실수도 하게 되고 나아가 심하면 도덕적 파탄에도 이를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신앙수준과 결단에 맡길 일이지, 그것을 잣대로 신앙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본다.
교회가 술 담배를 죄악시 하다보니 술 담배 하는 사람들은 교회 가서 술 안 마시는 척, 담배 안 피우는 척 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신앙의 본질과 상관없는 개인의 기호 문제로 위선자가 돼버리는 것이다. 교회의 장로나 안수집사 중에도 사회생활 하면서 술 담배 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교회에 다니고 싶은데 술 담배 하기 때문에 가기 싫다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나는 술 담배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술 담배 안 하는 사람이 훨씬 좋은 신앙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술 담배 하는 사람이 큰 죄를 짓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술 담배를 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술 담배 하는 사람이 교회를 피하거나 거짓말하도록 만드는 교인들의 편협한 고정관념이 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쓰기 시작한 한국교회가 이제는 주초 문제에 관해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할 일 많은 교회가 술과 담배라는 기호품까지 신경 쓰고 단속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정숙희 부국장·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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