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자영업>
그러니까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사람의 입맛이란 것이 길 들여진 것을 좋아하는 법이어서 우린 어딜 가나 한국음식을 먹지 않고는 살수가 없다. 토스트에 커피 한 잔이 아무리 간편해도 한 끼 이상은 힘들고, 건강식에 입맛을 돋운다는 생식도 계속해서 즐길 수는 없다. 그래서 한인이 조금만 모여 살게 되면 한국마켙이나 한국음식점이 있게 마련이다.
프레스노도 한인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는 아니지만 한국마켙이 둘, 한국음식점이 둘 있다. 주일에 교회에서 만나는 얼굴들도 있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이리저리 만나게 되는 지인 들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는 장소는 한국음식점이나 한국마켙인 경우가 많다. 큰 한인도시에서의 삶과는 달리 먹거리나 비디오를 들고 생소한 얼굴을 지나치게 되면 너나없이 자연스레 목례를 주고받게 된다.
냉장고 안에 있는 야채를 꺼내 들고 돌아서는데 누군가가 인사를 한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 목례로 답하는데, 그녀는 반색을 한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발랄하고 명쾌해 보이는 젊은 댁 네 였다. 신문에 실린 나의 글을 읽으며 나를 알게 되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어정쩡 서서 이야기가 오갔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딱히 마음에 차는 생활을 이루지 못해 아직은 여기저기 나서고 싶지 않다는 심정을 말해 주었다.
애 둘을 데리고 유학길에 오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 온 것이 내 나이 33이었다. 얼추 비슷해 보이는 처지여서 인지 쉽게 이해가 되었다. 너무 닫힌 생활을 하지 말고. 사람을 멀리 하지 말라고 말해 주었다.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부지중에 하나님이 보낸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고 말해 주었다.
우리의 일을 이루시는 분은 사람을 통해서 일을 하심을 살면서 알게 되었다. 믿고 열심히 살다 보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덤으로 주신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내가 뜻했던 그 이상으로 살아지는 것이다. 별 신통치 못한 나를 이리 살피시는 분이 그 누군들 돌보시지 않겠는가. 새로운 삶을 이루며 살아 갈 댁 네 에게 더 좋은 내일이 열릴 것을 믿는다. 친숙해진 사이로 만날 다음을 생각하니 즐거워진다. 아마 그녀도 같았으리라.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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