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선<주부>
미국에 사는 엄마들의 일상은 무척이나 바쁘다. 직업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우선은 운전대를 잡고 아이들의 발이 되어주어야 한다. 등하교시는 물론이요, 친구집에 가거나, 준비물을 챙길때…. 또한 특별활동이라도 있는 날이면 저녁 늦게까지 차에 시동을 켜야할 경우도 많다. 어찌보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같지만 착오가 생기면 안되는 것들이기에 엄마들의 하루는 마감되는 그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수 없게 된다.
나의 하루도 이와 같았다. 아니 아직도 진행형에 있지만 요즘에는 큰아이 덕분에 학교시간에 맞추느라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것에서는 벗어났다. 이제 몇달 후면 큰아이는 대학으로 떠나갈것이고, 남아있는 둘째아이을 위해 이런 과정은 또 계속될 것이다. 그러다 오늘 문득 그 애마저 집을 떠났을때를 생각해본다. 갑자기 공허해질 것만 같다. 별다른 취미도 전문성도 없이 무작정 바쁘게만 살아왔던 시간들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두렵다. 그러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땐 이를 또 어쩌나….
좀더 솔직해 지자. 내 경우가 지금 그렇다. 시간만큼 큰 스승도 없지만 큰 배신자도 없음을 실감하면서, 최선이라고 믿고 살았던 시간들에게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무참히 무너질순 없지만 지독한 고독감이 찾아드는건 어쩔수 없다. 지나간 날들은 뒤로하고 내게 만일 ‘내일이라는 백지한장’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놀아본 사람만이 더 잘 놀수 있다는 옛말이 틀린 것은 아닌듯싶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익숙해져 있는 일상에 정을 너무 주지말고 과감히 벗어나는 용기를 갖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떠나가기 전에 온가족이 함께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 스크립북에 정리해놓은 것중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장소로 말이다. 남편과 함께 손을잡고 커피향내 물씬 풍겨나는 번화가를 걸어본지도 가물가물하다. 근사한 레스토랑에 앉아 서로의 속내를 얘기하며 적당히 알콩달콩 다투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팝콘을 끼고 영화도 보고 싶다. ‘바보같이 이런것들도 못해보고 살았냐’ 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할말이 없다. ‘토요일까지 일을 해야 하구요. 주일에는 교회에 가야지요’ 내가 생각해도 궁색하게 들리는 변명이다. 이런 상상들조차 잠을 이루지 못해 눈을 뜨게된 새벽녘엔 아련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이런 나약한 마음들을 떨쳐버리고 내일을 기다려 보자. 머리위에서 환히 비춰줄 희망의 태양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굳게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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