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1일이면 3.1절 기념식이 미 전역에서 열린다. 한민족의 큰 기념일인 까닭이다.
기념식이 대개 그렇듯 3.1절 기념식 역시 상당 부분 정례화돼 있다.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삼창을 하는 식이다.
‘그 날’을 직·간접으로 체험한 사람이라면 독립선언서를 다시 낭독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며, 동일한 식순이 매년 반복돼도 감흥이 새로울 수 있다.
그래서인지 3.1절 기념식장에는 온통 장·노년층뿐이다. 청소년 등 2세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노년층이 무대 뒤로 사라지면 3.1절 자체가 잊혀지리란 우려도 나올만한 상황이다.
이런 차원에서 올해 와싱톤한인교회에서 개최된 87주년 기념식이 공식 식순 이외에 학계 전문가 등을 초빙해 강연회를 곁들인 것은 의미있는 시도였다.
사람에게 가장 힘든 자세는 부동자세이며, 단순반복은 지쳐 그만두게 만든다. 역사가 ‘과거를 오늘에 읽는 행위’라면 3.1절 기념식도 판에 박힌 식순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오늘의 의미’를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새로운 의미가 반복 재생산돼야 한인 2세들도 기념식에 동참할 수 있다.
워싱턴 한인사회는 지난 2년간 이순신 문학상을 제정·시상함으로써 타지역은 물론 한국으로부터도 주목을 받았다. 올해 LA의 3.1절 기념식은 기미독립만세를 주제로 청소년 대상 글짓기 대회까지 곁들여, 행사장에 한인 남녀노소가 뒤섞이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 시도를 해야 할 때다.
너나 없이 바쁜 이민사회에서 행사를 한다는 것은 주최측이나 참가자에게 상당한 정성을 요한다. 기왕 정성을 써야 한다면 의미 있게 써 보자. 그래야 주최측도 참가자도 유익하고 유쾌한 시간을 가지며, 기념일도 새로워진다.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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