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고향을 떠나 사는 삶이 외롭고 고달프고 슬프다한다. 그들은 아마도 편지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닌가싶다. 어려서부터 편지를 발견한 나는 힘들거나 슬플 때 편지를 쓰고 그리울 때도 행복할 때도 편지를 쓴다. 그 편지들로 내용이 무엇이든 사람들과 기쁨을 주고 받는다. 그리움을 한가득 담아 보내고 받는 편지가 있으면 타향에 산다는 건 생각해보면 고향에 눌러앉아 빛바랜 추억을 밟으며 사는 것 보다 더 아름다운건지 모른다. 편지 한통으로 우리는 세계를 누비고, 마음과 마음 사이를, 꿈과 꿈 사이를 훨훨 넘나들수 있다. 지난 몇개월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으며 나는 편지의 마을 다시 발견했다...
그 모든 것은 지난 가을 우연히 본 그림 한장으로 시작되었다. 남도 출신 대가 김선두 화백이 그린 고향의 흙내와 추억이 담긴 정경이었다. 황토길과 원두막, 밭으로 살금살금 기어가는 빡빡머리의 머스마 하나... 그 그림을 더듬어가다 그리운 옛집, 고향의 뒷산의 두그루 소나무, 모든 고향에 뜨는 무지개 등 따뜻한 흙내나는 이야기와 시詩와 정경을 만났다. 너무도 보고싶어 나는 이번 봄에 그 그림과 이야기의 배경인 한국 남도지방을 친구들과 여행하기로 했다.
남도 지방은 우리도 잘 알다시피 한국예술을 대표하는 대가들의 본산지이다. 옥색 바다를 끼고 구비구비 도는 해안선과 그새로 점점히 박힌 크고 작은 섬들, 봄이면 진달래 흐드러지는 첩첩산들의 아름다운 풍광때문일까. 소설 서편제에서 절절히 애끓던 남도 소릿꾼 이바구에 이어 작년에 남도 출신 소설가, 시인, 화가 (이청준, 김영남, 김선두)가 합작하여 출판한 ‘옥색 바다에 진달래를 베개삼아’에 나온 남도 이야기를 내가 하자 몇명의 마음맞는 친구들이 남도여행을 같이 하자고 뜻을 모았던 것이다.
우리는 지난 가을 겨울내내 같이 꿈꾸었다. 여정과 날자잡기로 부산을 떨며 우리 ‘남도행 악동 네맹’ (네명)은 태평양을 오간 편지로 우정의 꽃을 피웠다. 이세상 어떤 여행이 그리 재밌으리! 우리의 남도행은 내가 비행기표까지 사놓고 뜻하지 않은 가족일로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악동들은 내가 다음에 갈수 있는 가을로 남도행을 연기하여 기다려주기로 했다. 긴 꿈을 꾸자며... 그림 한장이 실마리가 되어 꿈과 대화의 편지의 홍수로 핀 꿈...
그 모든 꿈이 잠잠해진 삼월 어느 날 전자 편지 두 통이 내게로 날라왔다. 내 생일날이었다. 한 친구왈 “정현아~ 오늘이 너랑 남쪽으로 떠나기로 한 날이구나. 우리 가족끼리 얼마전 제주도로 갔다왔어... 바닷가를 여행하며 싱싱한 갈치회를 먹으며 네 생각 많이 했단다. 이번 가을에는 꼭 가자...” 목이 메였다.
다음 편지는 큰오빠가 보내셨다. “... 생일 카드 대신 어제 통영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니 한번 보아라...” 내가 좋아하는 옥색 통영바다, 첩첩히 보이는 산줄기, 그리고 화사하게 핀 동백꽃이 있었다. 꽃을 키우며 남쪽 바다를 좋아하는 동생을 생각하며 특별히 찍어 보내신 선물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다음날 작은 오빠에게서 다섯 통이 왔다. 제목은 “어딘지 맞춰봐라!” 열어보니 마산의 가포바다 언저리와 산풍경이었다. “... 네가 오면 같이 가기로 했던 마산에 3월초에 갔다. 비가 뿌렸지만 도착하자마자 무학산에 올라갔다... 네가 보고 좋아할 것 같아 몽땅 다 보낸다... 가포바다의 이 모습들은 이제 그만이다. 매립공사가 시작되었거든. 나는 가포가 너무나 좋았는데...” 걷잡을 수없는 엉엉 울음이 터져나왔다.
어쩜 그리 세 사람이 다 그렇게 내 맘을 꿰어보았을까... 편지였다. 우리가 그간 주고받은. 그리운 남도행을 못하는 아쉬움보다 그 애틋한 마음을 받는 감동이 나를 엉엉 울게 했다. 그리운 그 남도지방, 그리운 그 남쪽 바다와 산줄기를 이젠 눈물없이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그리운 남도행 편지 세통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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