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숙<부동산 중개인>
조금전에 현미 잡곡밥을 안친 전기 압력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압력솥이라 쓸때마다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맘이 설레었다. 아 드디어 고장이 나는구나, 이젠 색갈도 모양도 예쁜 한국 압력솥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두드리니 언제 그랬드냐 하며 조용해졌다. 그리곤 아주 맛있는 밥을 지어내었다. 참 이 솥을 언제 샀드라? 이 상구 박사가 현미를 먹어야만 천년만년 살것처럼 강연을 할때이니까 십 오년은 족히 됐을것이다. 그땐 전기 압력솥이 처음 나와 거금을 주고 사서는 기다리고 서있지 않아도 저절로 김이 빠지고 혼자 알아서 척척 밥이 되는게 얼마나 신통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오랫동안 잘 쓰고선 외형이 예쁘다는 이유 만으로 호시탐탐 새것으로 바꿀 생각만 하는 내가 솥의 입장에선 얼마나 야속할까?
요즘에 뜨는 단체들 중에 미국 사람들 오십여명이 주축이 되어 생긴 compact란 온라인 단체가 있다. 이들의 목표는 일단 음식물과 약품 그리고 속옷을 제외만 모든것은 중고품을 쓰는것이다. 메이 훌라워를 타고 미국에 처음 도착한 청교도들의 약속을 따서 이름을 짓고 서로 도와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을 찾아 주며 새 물건은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육개월 동안 시험 삼아 시작을 했고 지금은 일단 올해 일년 동안으로 기한을 잡았다. 물건 사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데 일년 동안 중고품 가게와 훌리 마켓과 그라지 세일만 찾아 다니며 오로지 필요한 것만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으리라. 어떤 회원은 손수 퇴비를 만든는건 물론이고 벌까지 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소비주의는 일종의 습관이므로 별 생각 없이 사들이는 대신 갖고 있는 모든 물건을 끝까지 쓰고 재활용하여 지쳐있는 지구를 쉬게 하자는 것이다. 새로 물건을 사면 헌것은 자연히 쓰레기가 되어 지구 어딘가에 묻혀야 하므로. 처음엔 새물건을 사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금단 현상까지 보이는 사람이 있었지만 얼마가 지나면 남들이 사기 때문에 따라서 사재던 물건들을 사지 않으므로 해서 돈과 시간이 절약되며 나름대로 우리가 사는 환경에 일조를 한다는 기쁨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아 왜 하필이면 새 솥을 사느냐 마느냐 정해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이 단체에 대해서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새 솥을 바꾸는건 물 건너 간 일 같다. 나 처럼 적당히 늙은 저 애물단지 솥을 숨이 꼴깍 넘어갈때 까진 써야 할것 같은데 그때가 언제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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