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압박감 극단 치달아
경제적 몰락 이민사회 고립감 심리적 공황
‘꽉 막힌 소통의 출구, 비상구가 없다’한인들의 이민생활은 답답하다. 특히 남성들은 소주잔 한 잔 기울이며 답답한 속마음을 툭 터놓을 친구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섬처럼 고립된 이민사회에서 또 한번 고립감을 맛보는 것이다. 소통이 단절된 한인 사회는 사회적 기형아를 양산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이웃이었다. 본보는 3회에 걸쳐 정신적 공황을 앓고 있는 한인 사회를 긴급 진단한다.
한인 사회로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잇따라 터진 한인들의 존비속살해에 이은 자살에 한인 사회뿐만 아니라 주류사회도 큰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지난 1주일 동안 연달아 발생한 3건의 한인 일가족 참사는 이민 초창기와 달라진 한인 사회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질적 성공 뒤에 온 급격한 경제적 몰락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방화로 자식을 살해한 윤씨(54)는 의류업으로, 일가족을 쏜 후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54)는 투자회사 대표로 부를 쌓았으나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폰태나의 이씨(40)도 한때 도박에 상당한 돈을 쓸 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한인 가정 범죄의 또 다른 유형은 분신과 방화 등 과격해 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부 문제에서 불거진 갈등이 자식을 희생시키고 있단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전지영 소셜워커는 한인들의 우울증과 가정불화에 대해 “경제적 문제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경제 사정이 좋을 때는 사소한 문제가 봉합되다가도 한 번 악화를 걷기 시작하면 가족의 붕괴는 걷잡을 수 없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는 이민 초창기 남편과 부인 모두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어 가족간 갈등이 표출될 계기가 없었던 데에 비하면 큰 차이다.
그러나 가족간 갈등의 부적합한 밀봉은 오히려 한인 사회의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에서 가부장적 관념에 익숙한 한인 남성들은 이민 후 사회적 지위의 격하, 소득 감소, 가정 주도권을 쥔 남녀의 역할 변화 등 외부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 하면서도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치 못 하는 어려움을 겪고 왔다.
이에 따라 한인 남성들은 힘의 과시를 위해 물리적 폭력을 집안에서 행사하는 잘못을 범해왔다. 본보가 집계한 2003년부터 미 전국에서 발생한 주요 가정 관련 살인 사건 7건 중 가정 폭력이 연루되지 않은 것은 9일 일가족 참사를 당한 김모(54)씨와 2005년 분신자살한 홍모씨 사례 뿐이었다. 7건 중 이혼 수속 진행 이상은 4건이었다.
한인들의 정신적 방황은 이미 아시안 중 최고를 차지하고 있다. 아태정신상담센터(APCTC)의 권호선 한인 가정상담 수퍼바이저는 “메인센터에서 상담이 진행 중인 2000건 중 한인이 절반인 50%로 소수계 중 가장 많다”며 정신적 갈등을 겪는 한인들의 현 위치를 보여줬다.
권 수퍼바이저는 “주류 사회에 편입될 수 없음에 따라 사회적 지위의 하락, 그에 따른 가정내에서 지위 하락은 ‘남자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고정관념에 익숙한 한국 남성들이 견디기 힘들다”며 “고립감과 여성에 대한 심리적 위축감 등이 맞물려 가정 불화는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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