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숙<부동산 중계인>
부활절 주말에 집에 다니러 오겠다고 작은애가 전화를 했다. 큰애는 못 온다고 하고 어머니는 언제나 처럼 교회에서 잡수시겠고 해서 남편과 둘이 부활절 디너를 대충 해결 하려고 했었는데 작은애가 온다니 얘기가 달라진다. 집에서 엄마가 차려주는걸 제일 좋아하는아이 땜에 부득이 장을 보고 디너 준비를 해야겠다. 추수감사절 때는 으례히 터어키를 먹으니 문제가 안돼고 성탄절에는 햄을 먹는걸로 돼있으니 괜찮지만 언제나 이 부활절 디너가 문제다. 부활절에 흔히 먹는양고기는 왠지 선뜩 내키지가 않고 햄과 터어키 중에서 골라야 하나 아니면 아예 소고기 로스트를 할까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언젠가 들은 터어키에 얽힌 얘기가 생각났다. 어느 남자가 터어키를 사가지고 가겠다고 부인에게 약속을 했는데 일을 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늦어 대부분 가게들은 벌써 문을 닫았고 다행히 막 문을 닫으려는 터어키 농장을 지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주인에게 터어키가 있느냐고 물으니 마침 딱 한마리가 남아 골머리를 앓던 중이던 주인이 털을 뽑지 않은게 있으니 맘에 들면 손질을 해주겠다고 하면서 터어키를 가지고 나와 보여 주었다. 이 손님은 아무래도 좀 작은것 같아 더 큰게 있느냐고 물으니 주인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곤 안으로 들어갔다. 농장 주인은 딱 한마리 남은 그 터어키를 거꾸로 잡고 털을 마구 헤친 다음 가지고 나가 보여 주었다. 손님은 이번에도 조금 작은것 같다고 하며 더 큰 걸 보여 달라고 하는게 아닌가. 주인은 안으로 들어가 다시 한번 터어키를 거꾸로 잡고 더 심하게 털을 헤쳤다. 이번에는 괜찮다고 하겠지 하면서 손님에게 보여주니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손님이 하는말이 아무래도 안되겠으니 세마리를 다 달라는게 아닌가!
이 얘기의 끝은 아무도 모르고 각자의 상상에 맡겨졌다. 만약에 내가 그 주인 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쥐구멍을 찾는 걸로는 해결이 날것 같지 않고 생각만 해도 얼굴이 벌개진다. 아니지 나 같으면 처음부터 한마리 남았으니 떨이로 가져 가랬을거야. 아무것도 아닌것에 욕심을 내니 벌 받은거지 뭐 이러면서 구시렁 거리는 내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이번 부활절엔 다시 햄을 사다 구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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